
여성의 삶과 출산의 시간이 달라진 시대, ‘고령 임신’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많은 산모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기도 수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진료하고 있는 쉬즈메디병원 이지훈 원장은, 그런 산모들의 불안과 마주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그는 고령 임신을 단순히 위험으로 규정하기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관리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바라본다. 검사 수치와 의학적 기준만큼이나, 산모의 마음 상태와 이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그의 진료 철학이다.
“병원은 평가받는 곳이 아니라, 함께 준비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에는 그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학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불안을 줄이는 설명과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령 임신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오해와 진실, 그리고 산모를 향한 한 의사의 진심을 들어보기 위해 이지훈 원장을 만났다.
Q1. 산모를 만날 때 가장 마음이 쓰이는 순간은?
산과를 선택한 이유 자체가 한 생명의 시작을 함께한다는 의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운 순간은 초음파를 통해 아기의 이상이나 구조적 기형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산모와 보호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의학적 판단뿐 아니라, 그분들의 감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Q2. 최근 증가하는 고령 산모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가장 흔한 오해는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 이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확률의 문제이지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불안보다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며 필요한 검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은 검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준비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Q3. 검사만큼이나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다면?
저는 검사 결과보다 산모의 마음가짐이 임신 경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입원하며 수치를 자주 확인하는 산모들 중에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크게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 경험상,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예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담담하게 임신 기간을 보내는 분들의 경과가 안정적인 경우도 많았고요.
Q4. 진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모든 의사들이 그렇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산과 의사는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동시에 책임져야 합니다. 임신 중독증이나 고혈압, 임신성 당뇨 등으로 산모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저는 무엇보다 산모의 안전을 우선합니다. 산모는 한 번 잘못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Q5. 고령 임신을 고민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는 분들께 한 말씀?
‘준비가 됐다’는 기준은 매우 주관적입니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더 갖추고 싶다는 생각은 이해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난자도 계속 나이를 먹기 때문입니다. 난자는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기능이나 상태가 약화 되어도 이를 보완할 방법은 없습니다.
남자의 정자가 3개월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죠. 따라서 늦은 임신을 생각하신다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난자냉동 보관과 같은 방법을 미리 상담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경우도 있으니, 병원 상담을 통해 정보를 얻어 보시길 권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출산 문제로 정부 지원이 늘고는 있지만, 분만 수가나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병원이 감당해야 할 큰 현실입니다. 의료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병원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리스크가 되기도 합니다. 병원이 불안에 매달리기보다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자문: 쉬즈메디병원 이지훈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