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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해야"...한은의 제안

김예원 기자

입력 2026-02-10 15:00   수정 2026-02-10 18:00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 발간 도심 노인요양·화장시설 공급난 해법 제시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화장시설 공급이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대형 병원 장례식장 안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은이 10일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생애 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로 급증했다.

2000년 이후 사망자 수는 연평균 1.5%씩 늘어난 데 반해, 화장 건수는 6%씩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비해 화장시설은 일시적 수요 급증과 팬데믹 대응으로 공급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3일차 화장률'이 2018년 86.2%에서 2022년 73.6%로 하락한 후, 지난해에도 75.5%에 머물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 부산 등 수요가 집중된 대도시권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화장시설 가동 여력(적정 가동 건수-실제 화장 건수)은 서울은 사망자 수 대비 -11.7%로 과부하 상태인 반면, 전북은 116.2%로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자료 제공: 한국은행)
한은은 이 같은 화장시설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론 '혜택 전체 공유, 비용 일부 집중' 구조로 인한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을 꼽았다.

한은은 님비 현상으로 인한 공급 지연과 지자체 대응에 화장시설은 신고제임에도 민간 진입이 제약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전국 62개소 중 61개소가 공설일 정도다.

특히 님비 현상은 대도시 등 선거 영향력이 큰 지역에서 더욱 거세다는 지적이다. 한은 분석 결과, 면적당 선거인 수가 10% 적을 때 화장시설 설치 확률은 7.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면적당 선거인 수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때 화장시설 설치 확률은 약 2배 높아진다.

한은은 이 같은 님비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지면 그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이 입는 '부메랑 효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은은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공간을 활용한 대도시 내 소규모, 분산형 공급 방식으로 심리적 거부감과 혜택 전체 공유·비용 일부 집중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임종·장례·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무리해 유족 편의를 높이고, 시설 분포의 불균형을 완화해 지역 갈등도 줄여줄 수 있다고도 했다.

한은은 "병원 장례식장은 의료비 감면 등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장례 화장 이용자에게 다양한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병원 인프라는 이미 지역 전반에 걸쳐 다수 분포해 있어 지역별로 분산 설치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에서 화장시설을 제외한 의료법 등 관련 법적 제약도 과감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장시설 외에 또 다른 필수 산업인 노인요양시설도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생애 말기 고령 인구 수 대비 노인요양시설 잔여 정원 비율은 3.4%에 불과해 거의 포화 상태였다.

반면, 충북(17.6%)과 경북(15.8%), 전북(12.4%) 등 비수도권 지역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지역 간 노인요양시설의 수급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한은은 지역별 부동산 비용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 정액 수가제가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돌보는 노인 1명당 지급되는 장기요양급여는 지역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같은 액수로 지급된다.

한은이 2026년 장기요양급여와 최소 임대료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 노인요양시설 월간 수익 구조를 추산한 결과, 서울에서 정원 30명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면 적자가 월 815만 원에 달하고 강남 지역은 적자가 1,424만 원까지 커졌다.

반면, 경남에서 같은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면 월 최대 2,017만 원의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부동산 비용의 지역 간 편차가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 인센티브 구조로 인해 고령층이 많아 수요는 충분하나 부동산 비용이 높은 대도시권에서는 노인요양시설 공급이 제약을 받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같은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의 귀속 임대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해 시설 운영자가 아닌 수요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비용이 보전돼 도심 내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이용자의 부담을 보완하기 위해 '사전 저축 제도'나 '주택연금 연계' 등 방안을 병행하고, 비용에 상응하는 질을 담보하기 위해 시설 이동 장벽을 보다 낮추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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