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정이 체결됐지만, 정작 대만 내부에서는 후폭풍이 거세다.
18일 대만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정의 최대 쟁점은 2,500억달러(약 362조원) 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대만 반도체·기술 기업들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 생산·혁신 역량 확대를 위해 2,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직접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미국의 반도체 관세를 면제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투자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기존 발표한 투자 외에 1,000억달러(145조원)를 추가로 부담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4곳을 더 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500억달러 가운데 이미 채워진 금액은 약 1,500억달러다. TSMC가 지난해 3월 발표한 1,000억달러 투자, 공급망 관련 300억달러, 폭스콘 등 다른 대만 기업의 미국 내 서버 조립공장 확장 200억달러 등이 포함된 수치다. 남은 1,000억달러의 공백을 TSMC가 메울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TSMC는 앞서 기존 1,000억달러 투자에 더해 총 1,650억달러로 대미 투자액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웨이퍼 공장 6곳, 패키징 공장 2곳, 연구개발(R&D) 센터 1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에 1,000억달러가 추가될 경우 투자 규모는 한층 커진다.
대만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체 산업 공동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치쩌 국립장화사범대 부교수는 중국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무역협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만 '실리콘 실드'에 대한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등 해외로 생산 능력이 분산될 경우 "장기적으로 대만 '실리콘 실드'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해 '대체 불가능'에서 '중요하지만 대체 가능한'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반도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대외 기술 수출은 '대만보다 한세대 뒤처진' 것만 하도록 명문화하고 해외 공장 설립 규모를 제한하며, 국회 동의 없이는 핵심기술을 이전할 수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역협정의 다른 조항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협정에는 연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야권은 무역협정이 국가 재정 지출 비율까지 구속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그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3%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예산이 GDP의 3%를 넘었고 향후 집행에도 문제가 없으며 이는 무역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국방비 증액이 다른 예산을 잠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협정 수정 요구가 나오거나 입법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재협상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대규모 대미 구매 약정 역시 쟁점이다. 대만은 2029년까지 2조7,000억 대만달러(124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원유, 항공기 및 항공기 엔진, 전력망 장비와 발전설비 등을 미국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민당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일방적 조공"이라고 비판했다.
시장 개방 조치도 논란이다. 대만은 미국에서 제조된 의료기기와 의약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추가 수입 요건 없이 인정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세단의 경우 기존 17.5% 관세를 '0%'로 낮추고, 연간 수입 가능 대수(쿼터)도 폐지한다.
대만 정부는 협정이 내달 입법원 심의를 거쳐 4월께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총 세금 부담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중국시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은 대만의 주요 안보·경제 파트너이고, EU는 핵심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