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6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3,733억 달러, 약 530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는 현지시간 28일 오전 공개된 2025 회계연도 연례보고서(10-K)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변화와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2% 감소한 444억 8,600만 달러(약 63조 1천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일부로 CEO에 취임한 그렉 에이블 신임 최고경영자가 작성한 첫 번째 공식 주주서한은 버핏 특유의 유머 대신 사업 재정비에 대한 구상이 담겼다. 그렉 에이블은 “버크셔는 개인에 맞춘 원칙이 아니라 이를 반영한 리더를 가져야 한다”며 체계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주주와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에이블은 서한에서 “워런 버핏은 단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라면서 야구 전설 테드 윌리엄스의 예를 들어 최적의 투구만 기다려 스윙하는 인내와 규율이 버핏 투자의 핵심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에이블은 이날 서한에서 옥시덴탈 보통주에 대해서도 약 57억 달러(세전)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한편, 실적 악화를 겪어온 크래프트하인즈 투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익률에 훨씬 못 미쳤다”며 투자 실패에 대한 정비 방침도 공개했다.
◆ 보험 부진·LA 산불 직격탄…지난해 영업이익 6% 감소
버크셔는 이번 2025년 연간 실적에서 전체 수익을 견인해 온 보험 부문의 부진이 뚜렷했다. 보험 인수(언더라이팅) 이익이 72억 5,800만 달러로 전년(90억 2천만 달러) 대비 19.5% 급감했고, 보험 투자수익 역시 125억 1,300만 달러로 8.5% 줄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대형 산불로 약 8억 5천만 달러의 대재해 손실이 반영된 데다, 재보험 시장의 보험료 인상 둔화, 금리 하락으로 인한 단기 국채(T-Bill) 이자수익도 감소 등이 타격을 줬다.
보험 부문의 합산비율은 87.1%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에이블은 "재보험 시장에 자본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보험료 축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주요 철도 화물회사인 벌링턴 노던산타페(BNSF)는 영업이익 54억 7,600만 달러로 전년(50억 3,100만 달러) 대비 8.8% 늘었다. 2024년 노조 합의에 따른 일회성 비용 2억 9천만 달러 반영 이후 기저효과와 연료비 절감 등의 효과다.
에너지 부문 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BHE)는 순이익 39억 7,900만 달러로 6.7% 증가했다. 미국 내 전기요금 인상과 소매 판매량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으며, 과거 오리건·캘리포니아 산불 관련 손실 충당금도 전년(3억 4,6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축소됐다.
에이블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전국 평균보다 24% 낮은 전기요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서비스·유통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4% 늘어난 136억 4,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우주 수요 회복에 힘입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PCC)의 세전이익이 34.2% 급증했고, 초고가 개인용 여객기를 운용하는 넷젯(NetJets)은 항공기 수 6.9%, 비행시간 11.3% 증가하며 서비스 부문 전체 매출을 11% 끌어올렸다.
버크셔의 전체 매출은 3,714억 4,400만 달러로 전년 수준을 보였다. 순이익은 669억 6,800만 달러로 투자 미실현 손익 변동과 크래프트하인즈·옥시덴탈 손상차손(합산 82억 5,500만 달러) 반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4.7% 감소했다.

◆ 버크셔 보유 현금 530조 원…日 5대 상사 "핵심 종목"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단기 국채)은 2025년 말 기준 약 3,733억 달러(약 530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381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주식은 169억 달러 매입에 그쳤던 버크셔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포함 307억 달러를 매각하는 순매도를 이어갔다.
2025년 말 기준 버크셔의 상장 주식 투자 시가총액은 2,978억 달러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약 560억 달러, 애플 620억 달러, 코카콜라 280억 달러, 무디스 126억 달러 어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지분을 추가로 줄였으나 이에 대해 그렉 에이블은 핵심 보유 종목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워런 버핏이 일절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일본 5대 상사(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었다. 에이블은 서한에서 이들 상사를 "미국 핵심 보유종목에 버금가는 중요 기업”이라고 밝혔다.
버크셔가 보유한 5개 상사 합산 지분율은 9.7~10.8%, 시가 기준 약 354억 달러에 달한다. 취득 원가 154억 달러 대비 2배 이상 불어난 규모로, 평균 1.2%의 엔화 차입을 통해 환위험도 헤지하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달 2일 옥시덴탈의 석유화학 사업부인 옥시켐(OxyChem)을 약 95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해충 방제 가족기업인 벨 연구소 등에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주총에서 버핏은 "매우 기회주의적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진정한 기회는 5~6년마다 온다"고 밝힌 바 있다. 버크셔의 총자산은 1조 2,222억 달러(약 1,735조 원), 주주자본은 7,174억 달러(약 1,002조 원), 보험료 수입후 운용 목적으로 보유한 플로트 자금은 약 1,760억 달러 규모를 유지했다.
◆ S&P500에 뒤쳐진 버크셔..에이블 CEO 체제 시험대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버핏의 창업 초기와 달리 최근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S&P500에 뒤지고 있다. 버크셔의 주가는 1965년부터 2025년까지 연복리 수익률 19.7%를 기록해 같은 기간 배당을 포함한 S&P 500의 10.5%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2025년 한 해 기준으로는 버크셔 주가 상승률은 10.9%로 S&P 500의 17.9%를 밑돌았다.
에이블은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460억 달러로 5년 평균인 400억 달러를 상회했다"며 수익 창출력 자체는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버핏이 1991년 남긴 "회사를 위해 돈을 잃으면 이해하겠지만, 평판을 한 조각이라도 잃으면 무자비할 것"이라는 말을 다시 언급하며 최고경영자이자 최고리스크책임자로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렉 에이블은 정식 취임과 함께 차기 최고재무책임자로 척 창을 내정하고, 버크셔 역사상 첫 법무 총괄 대표인 마이크 오설리번을 선임했다. 소비재 등 비제조 부문 사장에는 넷젯 CEO 출신인 아담 존슨이 선임됐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버크셔의 다음 연례 주주총회는 오는 5월 2일 오마하에서 열린다. 그렉 에이블 CEO 체제의 첫 주총으로, 워런 버핏은 단상이 아닌 이사진들과 객석 앞에서 주주총회를 참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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