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로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이번 충격이 한국 증시의 ‘방향’을 바꿀 사건은 아니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AI발 메모리 반도체 이익 사이클,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정책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이벤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9·11 테러,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엔캐리 청산 등 과거 급락 사례를 언급하며 “대부분 급락 당일이 공포의 정점이었고, 이후 평균적으로 코스피는 5거래일 뒤 5%, 60거래일 뒤 14%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도 역사적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급락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2010년 이후 큰 조정 때마다 하단이 형성된 구간”이라고 짚었다. 그는 “코스피의 이익 사이클이 구조적으로 꺾이지 않는다면 지금은 매도보다 분할 매수의 실익이 큰 구간”이라면서도 “연초 급등 과정에서 쌓인 신용잔고가 반대매매로 나오는 과정이 이번 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전쟁의 ‘규모’보다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래가고, 결국 추가 긴축까지 가격에 반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현재는 물가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관리되는 ‘기본 시나리오’라면 국내 증시는 변동성 확대 이후 점진적 회복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되는 가운데 비트코인 역시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란 진단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란 군사 충돌 직후 이틀 동안 66%나 급등했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4일 9.7% 하락하며 방향을 틀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74.7달러로 강보합에 그치며 ‘100달러 우려’와는 거리가 있는 흐름을 보였다.
박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전일 대비 8% 가까이 급등하며 7만3,000달러 선을 회복했다”며 “전쟁 우려 속에서도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기보다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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