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기대했건만…"4년래 최악 분기 가능성"

입력 2026-03-31 17:22  


올해 강한 상승세가 기대됐던 미국 증시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격히 흔들리며 약 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가 약 4년 만의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했던 나스닥 지수는 지난 26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고, 다음 날에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12월 경기 성장세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시장 전반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 전망이 제시됐다. AI 중심의 상승장이 전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상황이 급변했다. 국제 유가는 약 55% 급등했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과 금 가격은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최근 7개월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를 제외한 10개 업종 주가가 평균 8.3% 하락하며 랠리 대신 침체 흐름이 나타났다. 알루미늄과 요소 등 주요 원자재 공급망도 전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확대됐다.

이 여파로 통화정책 기대도 크게 흔들렸다. 전쟁 이전 약 80%에 달했던 연준 금리 인하 전망은 현재 2% 수준으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 후퇴가 증시 하락 압력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도 잇따라 경고를 내놓고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칸트로위츠 수석 투자 전략가는 "증시 호황이 전방위적으로 퍼지기에 정말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고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태는 그 흐름에 거대 '우선 멈춤' 버튼을 눌러버린 꼴"이라고 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분쟁이 장기화해 페르시아만으로부터 공급되는 원유가 끊기면 전 세계는 명백히 경기 침체를 맞이하게 된다"며 "단 미국과 이란이 모두 일정 시점에서 퇴로를 찾고 싶어 하는 만큼 긴장 완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분쟁 향방에 따라 경제 시나리오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분쟁이 끝나고 이란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정식으로 합류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경제 성장이 빨라지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수년간 100달러대의 고유가가 계속돼 전례 없는 불황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미 1분기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경제에 고유가 부담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고 파장이 제한될 경우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유지하고 있다.

칸트로위츠 전략가는 "지금은 변수가 하나밖에 없다"며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시장 반등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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