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예탁금은 왜 시장 붕괴를 막지 못했을까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4-01 11:04  

3월 초 '대기자금' 130조원 사상 최고 개미 방어에도 코스피 12% 급락세 이어져 뭉친 외국인과 흩어진 개미 응집력 격차 1일 증시 반등에도 외국인 1400억 매도세 지속

이달 3일 투자자 예탁금이 132조원까지 치솟았다. 사상최고치였다. 시장에서는 '130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버티고 있는데 증시가 쉽게 무너지겠느냐'는 기대가 퍼졌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코스피 지수는 3월 한달간 12.77% 급락했다. 개미들의 역대급 실탄은 왜 증시의 방패가 되지 못했을까.

▲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에너지 고갈 신호

주식 시장은 결국 '다음 사람'이 있어야 오른다. 지금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줄 새로운 매수자가 계속 들어와야 상승이 이어진다. 예탁금 사상최고치는 오히려 '에너지 소진'의 신호로 해석된다.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라는 건 주식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자본이 이미 주식 계좌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경매장으로 비유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 전부가 돈을 들고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상태와 같다. 경매장 밖에는 더 이상 들어올 사람이 없다. 좋은 상품을 낙찰 받아도 가격을 더 높게 부를 새로운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의미다. 예탁금 132조원은 방어력이 아니라 추가 매수 동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등인 셈이다.

이번 상승장에서 예탁금이 급격히 불어났던 시기는 지수가 한참 오르고 난 뒤였다. 지난해 말 80조원 수준이던 예탁금은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서기 시작한 올 초부터 2개월여만에 50조원 넘게 폭증했다.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됐다는 불안, 이른바 'FOMO(포모)' 심리가 극에 달한 시점이다.

이렇게 들어온 자금은 시장을 선도하는 자금이 아니다. 이미 오른 가격에서 물량을 받아내는 후행 자금이다. 결국 이들은 상승장의 마지막 국면에서 기존 투자자들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마지막 매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2021년 '77조 예탁금·23조 빚투' 교훈

이런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21년 5월3일 투자자 예탁금이 당시 사상최고치인 77조9000억원을 기록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빚투' 규모인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23조원에 육박하며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이후 코스피는 3300선에서 방향을 틀어 하락 전환했다.

예탁금과 신용잔고가 동시에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은 시장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분기점이다. 132조원을 찍은 이번 3일 역시 역대급 예탁금과 32조원의 신용잔고가 맞물리며 과거의 고점 공식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예탁금은 신용잔고와 치명적인 역관계를 형성한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신용 투자자는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 압박을 받는다. 이는 기계적인 투매를 불러오고 낙폭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때 개미들의 최후 보루인 예탁금은 새로운 주식을 사서 지수를 떠받치는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한다. 대신 강제로 팔려 나가는 주식의 손실을 메우고 빚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소진된다. 결국 역대급 실탄은 시장을 지키기도 전에 레버리지의 구멍을 막느라 허망하게 녹아내리는 셈이다.

▲ 외국인에게 예탁금은 '안정적 퇴로'

외국인 투자자는 3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1조 9091억원을 순매도했다. 2월 순매도액(21조 730억원)이 사상최고치였는데 한달만에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인이 132조원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외국인은 훨씬 적은 금액으로 이를 무너뜨린 셈이다.

손바뀜 현상이다. 거대 물량을 팔아치워야 하는 외국인에게 개인의 막대한 예탁금은 훌륭한 '출구 유동성'이 된다. 개인들이 지갑을 열고 대기할 때 외국인은 이 기회를 틈타 물량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현금을 챙겨 나갔다. 결국 132조원은 지수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외국인이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 깔아준 레드카펫이 됐다.

▲ 뭉친 외국인과 흩어진 개미

자금의 규모보다 중요한 건 응집력이다. 외국인은 수천억원 단위의 자금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지만 개인 자금은 수백만명에게 파편화돼 있다. 누구는 사고 누구는 팔며 누구는 관망한다.

지휘관 없는 오합지졸 100만 대군과 같다. 외국인이 하락에 배팅하며 일사불란하게 매도 폭탄을 던질 때 방향성이 제각각인 개인의 자금은 화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3월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12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사상 최고치였던 3일보다 20조원이 빠졌다. 이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31조원의 상당 부분을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받아냈음을 데이터가 증명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의 타이밍이다. 예탁금과 신용잔고가 함께 정점에 도달할 때 시장은 가장 강해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4월 1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6% 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외국인은 1500억원 넘게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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