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의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전력의 실적 눈높이를 대폭 낮추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 급등하는 유가에 수익성 하향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의 주가는 4만 4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기록한 고점 6만 9500원 대비 35.76% 하락한 가격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6만 8000원으로 15% 하향 조정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2026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65달러에서 75달러로 높여 잡았다. 핵심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4조 8000억원, 4조 1천억원으로 제시했는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는 기록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한국전력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메리츠증권은 한국전력의 적정주가를 6만 5000원으로 12% 하향했고 , 하나증권은 기존 7만 3000원에서 5만 5000원으로 24.7% 목표가를 낮췄다.
● 전기 도매 가격도 올라...4분기 '적자 전환'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한국전력 실적의 핵심 변수로 계통한계가격(SMP)을 꼽는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 가격을 말하는데, 연료비가 오르면 이 가격도 함께 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영향은 시장 생각보다 크다"며 "본격적으로 SMP 상승이 관찰될 8~10월에는 200원/kWh내외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 수준인 110원대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러한 비용 압박은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 연구원은 "종전 이후 유가가 빠르게 하락한다고 해도 4분기에는 순이익 기준 적자 전환(-3614억원)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5월부터 SMP 가격의 상한을 두는 'SMP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익 감소 흐름을 막기 역부족이라고 문 연구원은 분석했다.

● 산업용 수요 위축에 세제 지원 종료까지 '삼중고' 직면
한국전력이 수익을 내는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 이후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산업용 판매단가가 2021년 9월 이후 53개월만에 전년대비 하락구간으로 진입했다. 산업용 전력은 한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인데, 이 가격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정책적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2026년부터는 발전연료에 붙는 세금(개별소비세) 할인 혜택이 끝나고,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내는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발전 믹스(원자력·석탄 등 발전원 구성) 개선만으로 변동비 증가를 만회하기는 어렵다"며 "중동 에너지 공급난이 풀리기 전까지는 눈에 띄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원전 수출이라는 중장기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면한 유가 폭탄과 수요 둔화라는 현실이 한국전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는 한전이 2026년 1분기에는 약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버티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비용 부담이 실적을 짓누르는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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