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경제와 증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기술 자립을 향한 국가적 의지와 첨단 산업의 고도화를 거치면서다. 특히 AI, 반도체, 하드웨어 공급망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주도주가 명확해지고 있다. 다만, 내수 소비의 회복 속도가 생산자 물가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은 과제로 남아 있다.
● 중국 거시 경제, 물가는 올랐으나 아직 닫힌 지갑
중국 경제의 공급자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됐다. 3월 중국의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동기대비 0.5% 상승하며 4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다. 전월 대비로도 1.0% 상승하며 최근 4년 중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PPI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드는 원가와 관련된 지표다. PPI가 올랐단 것은 침체됐던 제조 현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장바구니 물가인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0% 상승, 전월대비 0.7% 하락에 그치며 예상치를 밑돌았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춘절 이후 서비스 수요 둔화와 식품 가격 안정이 확인됐다"며 "내수 회복 강도는 여전히 미진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을 종합하면 공장 가격은 올랐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 흐름을 보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수요 회복이 따라오지 못하는 불균형적인 회복 구간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 국가 주도의 '소버린 AI'가 이끄는 본토 증시
공급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미스 매치' 상황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중국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테크주 비중이 높은 본토 지수를 중심으로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중국 심천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주 위주의 창업판(ChiNext) 지수는 최근 2주간 14.31% 올랐다. 같은 기간 심천성분(SZSE) 지수도 9.75%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중국의 소버린 AI 투자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소버린 AI'란 각 국가가 자체적인 데이터와 자본, 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구축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AI 투자의 약 75%를 정부와 국영기업 중심의 소버린 AI가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 경쟁이다. 중국의 소버린 AI 투자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민간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정부 주도의 AI 인프라 구축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반도체 신경망' PCB 기업의 기록적 성장
중국의 AI·반도체 하드웨어의 부각도 주목된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중국 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PCB(인쇄회로기판)를 꼽는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다.
PCB는 반도체와 각종 부품을 올려 서로 연결해주는 '신경망' 같은 부품이다. 여태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PCB 기업 중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영역은 AI 연산 관련 하이테크 기판 기업"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빅테크는 컴퓨팅 파워의 국산화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이는 데이터 센터용 800G 스위치, AI 가속기용 고다층 PCB 수요로 직결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구체적인 종목을 살펴보면 △VGT는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AMD의 핵심 공급사로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지난해 순이익 43.12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순이익이 273.5% 늘었다.
△SYE도 AI 산업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해 순이익은 14.7억위안으로 전년대비 343.8% 늘었다. △선난써키트 △호사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74.5%, 47.7%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자동차 관련 PCB 기업(징왕전자·이둔전자)은 전기차 시장의 할인 경쟁으로 인해 매출 성장 대비 순이익 성장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여태경 연구원은 "향후 단순 기판 공급사보다 시스템 설계 역량을 갖춘 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Z.ai, 상장 후 571% 주가 랠리…"AI 수익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중국판 OpenAI로 불리는 Z.ai(즈푸 AI)가 주목된다.
16일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Z.ai의 주가는 1.85% 오른 883.0홍콩달러(HKD)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116.2HKD의 공모가로 상장한 이후 이날까지 659.9% 상승했다. AI 소프트웨어 관련주 랠리를 이끌고 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Z.ai에 환호한 배경은 토큰 수익화 가능성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토큰이란 AI가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로, 토큰 수익화는 사용자가 AI를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모델을 뜻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Z.ai는 1분기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가격을 83%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청량이 400% 급증했다. API는 외부 개발자가 특정 회사의 AI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만든 통로다.
매출 구조도 고객사에 서버를 직접 설치해주고 구축비와 유지보수비를 받던 '온프레미스' 방식에서, 쓴 만큼 돈을 받는 '클라우드·API'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Z.ai의 온프레미스 매출은 1년 전보다 102% 증가한 반면, 클라우드 매출은 296% 급증했다.
신승웅 연구원은 "Z.ai 사례가 보여주듯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가격결정력 강화, 토큰 사용량 기반 매출 확대, 단위경제성 개선 가능성이 확인되기 시작했다"며 "AI 수익화가 가시화된다면 LLM 사업자 비중이 높은 홍콩 테크 업종도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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