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AI 반도체 시대의 절대 강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ASML이 독점 중인 극자외선(EUV) 장비 수요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ASML은 '슈퍼을'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가이던스 상향을 근거로 ASML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고 있다.
▲ ASML 장비, 기다려도 못 산다…'슈퍼을' 지위 공고
17일 나스닥 시장에서 ASML 홀딩 ADR의 주가는 1459.80달러를 기록했다. 6개월간 41.79% 오르며 이란 전쟁이라는 악재도 극복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상승률(6.43%)을 6배 가량 웃돌았다.
ASML은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EUV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대형 반도체 기업이 ASML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한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견조한 실적이 주가 랠리를 이끈다. ASML의 올해 1분기 순매출은 87억 7000만 유로다. 시장 전망치인 85억 5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ASML은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340억~390억 유로에서 360~400억 유로로 높여 잡았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칩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며 메모리 수급난을 시사했다.
▲ 파운드리 넘어 메모리에도 'EUV'…매출 51%가 메모리서
ASML 호실적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부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도입 열풍이다. 실제 1분기 ASML 매출의 51%가 메모리 분야에서 발생했다.
'노광 공정'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과정이다. 반도체 기술이 진화하면서 칩의 크기는 줄어들고 회로는 가늘어졌다. 기존 장비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는 '다중 패터닝' 방식을 썼다. 얇은 선 하나를 그리려 도장을 3~4번 나눠 찍는 방식이다. 문제는 도장을 찍을 때마다 세척, 코팅, 건조를 반복해야 한다. 공정 시간은 늘고 불량률은 높다.
ASML이 독점하는 EUV 장비는 펜 끝이 날카로운 '초정밀 펜' 역할을 한다. 아주 얇은 회로도 EUV를 이용하면 한 번에 그려낼 수 있다. 따라붙던 부가 공정도 사라지게 됐다. 과거에는 파운드리 분야에만 EUV가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EUV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는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형 장비와 보조 장치들이 차지하던 공간을 EUV 장비 1대가 대신하게 됐다.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인 반도체 공장에서 공간 효율은 막대한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ASML의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다.

▲ 메모리 강자 마이크론도 EUV 전환에 방점
미국의 마이크론도 EUV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부터 EUV를 활용한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공식화했다. ASML의 장비는 반도체 업계의 전략 자산이 됐다.
특히 AI 칩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율을 높이려면 EUV 도입은 필수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이를 쌓는 과정에서 회로 정밀도가 중요해졌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ASML의 EUV 장비다.
전문가들은 ASML이 AI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병목 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분석 기관인 엔베러스는 리포트에서 "ASML의 EUV 출하 일정은 AI 인프라 확장의 1차 제약 조건"이라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강조했다.
ASML의 차세대 장비 'High NA(고개구율) EUV'도 주목된다. High NA는 렌즈 성능을 높여 기존 EUV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는 장비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High NA는 이미 50만장 이상 웨이퍼를 처리하며 검증을 마쳤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부 핵심 레이어에서 공정 단계를 10%로 줄여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ASML은 2027년부터 주력 모델의 최신 버전인 NXE:3800F를 출하한다. 기존 모델보다 시간당 처리량을 15% 가량 높여 반도체 제조사의 양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ASML의 매출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 글로벌 리서치, ASML 목표주가 줄상향
글로벌 투자은행과 리서치 기관들은 ASML의 독보적 지위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프리덤브로커는 최근 보고서에서 ASML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1650달러로 제시했다. 프리덤브로커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SML의 EUV 장비는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 인덱스박스도 "ASML은 단순한 장비 제조사를 넘어 AI 연산 능력의 확장 속도를 통제하는 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분석하며 "2026년 이후에도 메모리 업계의 미세 공정 경쟁 심화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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