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정관은 상호, 본점 소재지, 발행 주식 총수 등 절대적 기재사항에만 국한되어 있어 급변하는 상법 개정안과 갈수록 정교해지는 세무 환경의 변화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낡은 정관을 고수하는 것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구식 지도 한 장에 의존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국내 50대 그룹 상장사들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정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방어적 슬림화에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대기업들이 이사 정원을 줄여 외부 세력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전략적 정관 변경을 단행하듯 중소기업 역시 변화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경영권을 지키고 세무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정관 점검이 절실하다.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은 대주주 1인이나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정관의 미비함이 곧바로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나 막대한 세금 추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관 변경의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는 세무 리스크의 원천적인 차단이다. 임원의 보수, 퇴직금, 상여금, 유족 보상금 등 재무적 지출은 반드시 정관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존재해야 한다.
근거 없이 지급된 금액은 과세당국으로부터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당해 법인세가 추징되거나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실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주주총회 절차를 거쳤더라도 퇴직금 규정이 특정 특수관계인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주도록 개정되었거나 계속성·보편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손금산입이 부인된 사례가 적지 않다. 즉, 정관은 단순히 절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 활동의 정당성을 국가에 입증하는 최후의 소명 자료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효율적인 재무 구조 개선과 보상 체계의 현대화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한 스톡옵션을 발행하거나 가지급금 정리 및 미처분이익잉여금 처분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때 정관은 결정적인 실행 근거가 된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최신 법령 변화에 맞춰 보유 및 처분 계획을 정관과 연동시키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세무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또한 비상장주식의 가치 평가 규정이나 명의신탁주식 해지 등 기업의 운명이 걸린 사안들도 정관에 정비된 규정이 있을 때 비로소 경영자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해준다. 중간배당이나 현물배당 규정을 신설하여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자금 흐름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정관 정비의 핵심 영역이다.
셋째는 강화된 이사의 법적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제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유상증자, 합병, 분할 등 자본 거래 시 소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이사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사회 의사록에 소수 주주를 배려한 결정 과정과 대안 검토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관상 절차를 마련해두어야 사법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임원 보수한도 승인 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특별이해관계인 규정을 정관에 반영하고 의결 정족수를 재산정하는 과정은 주총 결의 무효 소송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더불어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가 누릴 수 있는 서면결의 특례 활용이나 감사의 선임 및 해임에 관한 규정 정비 등 실무적인 편의성 제고도 정관 점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정관 변경이 지나치게 빈번하거나 특정 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급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과세당국의 의심을 사 세무조사의 빌미가 될 뿐만 아니라 주주 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형사 처벌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관은 기업의 설립 취지와 과거의 활동 이력을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법령과 미래의 사업 확장성을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이처럼 정관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무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패인 동시에 자산과 가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영 매뉴얼이다. 이제는 정관을 법무적 요식행위로 치부하는 낡은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상법 개정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우리 회사만의 맞춤형 정관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경영 전략이다.

[글 작성] 노광석, 최병원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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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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