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VS '민심'...전북지사 선거에 숨죽인 여의도 [기자수첩]

한창율 기자

입력 2026-05-22 09:32  

전북특별자치도 후보자_사진=연합뉴스
정당이라는 '간판'과 도민이라는 '민심'의 샅바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까지는 단 12일. 사전투표 시작일(5월 29일~30일)까지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판을 바라보는 여의도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해묵은 비유가, 이번만큼은 기존의 막대기를 뽑아낼 수도 있다는 민심의 무서운 경고음으로 치환되어 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전북지사 여론조사 지표는 10년 전 호남 정치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던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특히 전날 발표된 KBS 여론조사 결과는 여의도 정치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도민들의 지사 선택 기준으로 '인물'을 꼽은 응답이 68%에 달해, '정당'이라는 응답(29%)보다 배 이상 많았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정당 지지율 속에서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10년 전 녹색 돌풍의 예고편을 다시 보는 듯한 강한 기시감을 준다.

2016년 초 탄생한 국민의당은 창당 두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전북 10석 중 7석을 쓸어 담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민심은 호남을 단지 선거 때만 찾는 '하청 기지' 정도로 취급하던 기득권 중앙 정치에 대한 집단적 거부권을 행사했고, 오만한 정당을 언제든 갈아치울 대안을 찾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오늘, 당시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로서 민주당을 심판했던 주역인 김관영 지사가 이제는 민주당으로부터 공천 배제(제명)를 당한 채 무소속으로 서 있다는 사실은 호남 정치가 지닌 지독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과거 국민의당 탄생이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거대한 반발이었다면, 이번 전북지사 선거에서 나타난 기류는 "정당 간판만 보고 무조건 찍어주는 거수기가 아니다"라는 도민들의 깊은 자존심의 발로로 비쳐지고 있다. 정당의 계산기와 민심의 흐름이 완전히 따로 노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여론조사 수치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에서 호남은 당의 뿌리이자 핵심 심장부다. 당을 이끄는 정청래 지도부와 차기 당권을 노리는 여의도 주자들이 이번 전북 선거 결과에 숨을 죽이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판만 앞세운 중앙 정치가 지역의 바닥 민심을 외면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10년 전 녹색 돌풍의 기억을 품은 전북의 민심이 다시 한번 여의도를 향해 가장 매서운 경고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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