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민원이 안전 관리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예방을 위한 경고음과 통제 행위마저 불편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현장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31일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88건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신호수의 호루라기 소리나 중장비 이동 시 발생하는 경고음이 시끄럽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수는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움직일 때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관리자다. 호루라기를 불거나 수신호를 해 운전자를 지휘하고 주변을 통제한다. 중장비의 경고음도 마찬가지 역할이다. 운전석의 시야 사각이 큰 만큼 소리로 위험을 알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민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사 때문에 잠을 못 잤으니 다른 곳에 묵을 숙박비를 줘라', '차가 공사장을 지나며 물이 튀었으니 세차비를 달라' 등 요구 사항도 다양해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번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60대 이모씨 역시 가족들에게 공사 민원에 따른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선 '민원 폭탄'에 대한 압박감이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의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특히 붕괴 12시간 전 단차가 발생하는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났지만, 즉각적인 차량 통제나 고가 하부 열차 운행 중단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열차는 붕괴 1분 전 이 구간을 지나며 화를 면했지만, 고가 아래에서 차를 몰던 애꿎은 시민은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고, 안전을 위한 불편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긴급 상황에서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함께, 안전에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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