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고서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10분 이상 걷기 힘들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의료진이 근감소증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근감소증은 골격근량의 감소로 근육 양, 기능, 힘이 모두 떨어지는 상태다. 영양상태 불량이나 특정 질환 외에도 자연스러운 노화로 생긴다. 노인에게는 낙상, 골절 위험을 높이며 걷기나 일어서기 등이 힘들어져 일상 생활에 불편을 준다. 평소 무리 없이 건너던 횡단보도를 신호 안에 다 못 건너거나, 바닥에 앉았다가 스스로 일어나기 힘든 것 등이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 영상의학과 김성준·이홍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가슴부터 종아리까지 6개 부위 근육을 동시에 정량화하는 다영역 CT 평가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근감소증 진단에는 인바디와 같은 체성분검사나 골밀도검사(DEXA)가 주로 사용됐다. 해당 검사는 전신 또는 팔다리 근육량의 총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허벅지·종아리·몸통 등 어느 부위 근육이 더 많이 줄었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CT를 이용한 근육 평가 역시 암이나 복부 질환 등 다른 이유로 이미 촬영된 복부 CT에서 허리 한 단면을 분석하는 방식이 많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다영역 CT 평가법은 CT 촬영 시 얻는 기본 영상인 토포그램을 활용해 가슴(T4), 허리(L3), 골반(ASIS), 엉덩이(femoral head), 허벅지(midthigh), 종아리(proximal calf) 등 6개 부위를 표준화해 촬영하고, 인공지능 기반 자동 분할 기술로 각 부위의 근육 면적과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이미 찍힌 CT를 보조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근감소증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처음부터 촬영 프로토콜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구분된다. 해당 기술은 ‘근감소증 평가에 대한 정보 제공 방법 및 이를 이용한 근감소증 평가에 대한 정보 제공용 디바이스’라는 명칭으로 국내 특허출원을 마쳤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근감소증 평가를 받은 성인 83명을 대상으로 다영역 CT 결과와 악력, 의자에서 5번 일어서기, 종아리 둘레, 근육량 검사 등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에 주로 활용돼 온 허리(L3) 단면만으로는 근감소증을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허벅지 중앙부 근육면적은 근감소증 여부를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벅지·엉덩이·종아리 등 다리 3개 부위를 함께 평가했을 때 진단 성능이 가장 높았다.
박중현 교수는 "진료실에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어렵다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이 든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현재 근감소증 평가법은 전체 근육량이나 악력처럼 비교적 간단한 지표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실제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허벅지·종아리 같은 하지 근육 상태와 더 밀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어르신마다 어느 부위 근육이 줄었는지 확인하면, 단순한 진단을 넘어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치료와 보행재활 방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홍선 교수는 “토포그램을 활용해 6개 부위를 표준화하고, 딥러닝 분할로 근육과 지방을 부위별로 정량화한 점이 기술적 핵심”이라며 “허리 한 단면에 의존하던 기존 CT 근육 평가를 넘어, 환자별 근육 감소 양상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평가법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근감소증 평가에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평가 기준값을 정립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