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 의결권 84% 장악…첫 1조 달러 자산가 눈앞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책정했다. 해당 공모가격으로 환산한 기업가치는 약 1조 77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16조 원에 이른다.
스페이스X는 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 수정본(S-1/A)에서 이번 공모 주식 수는 약 5억 5560만 주, 공모 가격은 주당 135달러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기업공개(IPO) 시 상장 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관례지만, 스페이스X는 이를 생략하고 단일 공모가를 확정했다.
앞서 팔란티어가 2020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 방식으로 수요예측과 공모가 확정 절차를 생략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가격 결정은 시장 수요를 직접 확인하는 대신 발행사가 기업가치를 해당 가격으로 통제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으로도 해석되지만, 초기 시장 가격 형성 과정에서 높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페이스X가 제시한 공모 가격을 적용하면 발행주식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 7700억 달러, 직원들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 등을 모두 반영한 완전 희석 기준으로는 최소 1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달 해당 기업가치로 상장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7번째 규모이며,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기업가치도 넘어선다.
스페이스X가 이에 기반해 목표한 조달액은 750억 달러, 약 115조 원으로 이 역시 기업 공모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타다울 증시 공모 당시 세운 종전 최대 기록인 294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다.
스페이스X는 하루 뒤인 4일부터 머스크와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 구상을 설명하는 로드쇼(공식 일정)에 들어간다. 투자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우주 사업과 스타링크 위성, 대규모 인공지능 사업을 비롯해 달 기지 건설 등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상장 설명서 수정본에는 ‘미래 거래와 관련해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은 스페이스X가 상장한 뒤 내년 두 회사가 테라팹 프로젝트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등 사업 연계를 고려할 때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공모가와 수천 조 원에 달할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까지 회사가 제시한 목표와 현재 실적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해(2025년) 매출 187억 달러에 49억 4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 140억 달러에 7억 9100만 달러 순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 들어 우주 부문의 스타십 로켓 개발 등에 매출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xAI 합병 이후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막대한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단으로부터 200억 달러 상당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는데, 해당 브리지론은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공모 자금으로 갚도록 강제 조항으로 묶여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기업공개에도 이사회 선임과 최고경영자 직책 유지 등에 대한 완전한 장악력을 유지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주식 가운데 보통주 1주당 10표를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클래스 B)을 통해 의결권의 84.4%를 가질 예정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 이사회는 화성에 최소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영구적인 인간 식민지를 건설하는 등 15단계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머스크에게 10억 주의 차등의결권 주식을 추가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지배구조와 함께, 주주 분쟁 사항이 발생할 경우 텍사스주 기업 법원이나 강제 중재로만 다루도록 한 독소 조항이 상장 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모가를 기준으로 상장하면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최소 988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3일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7260억 달러로 세계 1위 자산가인 머스크는 2위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보유한 3080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압도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시작으로 올해 AI 대형 기술기업이 모두 뉴욕 증시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은 이날 공모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확정했고, 챗GPT로 AI 시장을 열어젖힌 오픈AI도 연내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총 23곳의 투자은행이 참여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상장 절차상 최종 공모가는 오는 11일 확정되며, 하루 뒤인 12일부터 나스닥에서 SPCX 티커로 거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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