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피곤하네요"
방한 나흘 차인 8일 저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신라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나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요. 방한 기간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시작으로 예능 출연, PC방 방문, 프로야구 시구, 치맥 회동, 사옥 투어, AI 스타트업 간담회까지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만 63세인 젠슨 황 CEO가 나이를 잊은 체력을 뽐내며 이번 방한 일정을 살뜰히 챙긴 이유가 있습니다.
● "More HBM!"
5일 오후 1시 38분 김포공항, 젠슨 황 CEO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프라이드 치킨이 그리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요. K-치킨 러버인 젠슨 황의 방한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며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한데요.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가속기에 탑재할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황 CEO는 방한 목적을 묻자 "우리의 공급망을 긴밀히 조율하기 위해서다"라며 "우리 모두 D램, HBM, 반도체 칩 등 엄청난 양의 기술 제품을 생산해야 하며 현재 매우 중요하고 거대한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홍대입구 인근 식당에서 젠슨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 회동을 가졌는데요.
이곳에서 젠슨 황 CEO는 "한국에 큰 선물로 엔비디아의 새로운 사업 4개를 가져왔다"며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더욱 끈끈해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중앙처리장치(CPU) '베라',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가 젠슨 황이 준비한 네 가지 선물인데요.
베라 루빈 등 엔비디아 플랫폼에는 6세대 HBM4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비디아가 AI 추론용 인프라를 넘어 컴퓨팅, 피지컬 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대자동차, LG, 네이버 등과의 협력도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현대자동차와 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제 친구들인 LG, SK하이닉스, 삼성, 네이버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내년에 신제품이 네 가지나 출시될 예정이라 우리는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7일 황 CEO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시구·시타로 호흡을 맞췄는데요.
이후 두산그룹은 에너지와 전자·소재, 로보틱스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5년간 수천억 달러 매출

이번 방한의 하이라이트는 8일 일정이었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젠슨 황 CEO는 SK서린빌딩, LG트윈타워,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서울대학교, 네이버 1784사옥, AI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린 서울 신라호텔을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숨 가쁜 일정답게 굵직한 발표도 많았는데요.
우선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네이버는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AI 팩토리는 쉽게 설명해 AI 작업에 특화된 대규모 데이터센터인데, 앞으로 이들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 장이 들어가는 기가와트(GW)급의 AI 팩토리를 한국에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날 젠슨 황 CEO는 삼소 회동 이후 다시 만난 구광모 회장과 피지컬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협의했는데요.
특히 LG는 엔비디아의 인간형 로봇 추론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를 활용해 로봇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황 CEO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새만금 개발 프로젝트' 투자 요청에는 "새만금은 멋진 'AI 밸리'가 될 것"이라며 "맛있는 바비큐 고기만 있다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2030년까지 약 9조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등을 짓는 사업이죠.
같은 날 젠슨 황 CEO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HBM 공급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엔비디아가 마련한 AI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리기 전 서울신라호텔에서 만났는데요.
전영현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HBM과 파운드리 협력,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공동 개발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황 CEO와 HBM 장기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8일 일정을 마친 황 CEO는 한국 기업과의 전방위적 협력 확대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 향후 5년 동안 수천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수익이 한국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젠슨 황 CEO는 9일 오전 9시쯤 "다시 한국에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습니다.
다음 방문 때까지 그가 약속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이 한국 AI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