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투운용 '닉스 2배' 고작 6억원에 뚫렸다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6-10 07:08   수정 2026-06-10 08:32

SOL 하이닉스 2배, 6억원 매수 주문 랜덤 엔드에 VI 발생으로 마감 2분 연장 3시 30분에 문닫은 LP 책임론 불가피 [B급기자의 B급리포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괴리율이 85%까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장에 등장한지 8거래일만에 터진 사고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고작 6억원 규모 매수 주문조차 받아내지 못한 허술한 상품 운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동성공급자(LP)의 안일함 속에 호가창이 속절없이 뚫리면서 레버리지 시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 하이닉스 8% 급락, 레버리지 50% 폭등…이틀간 널뛰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7.68% 내린 191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 폭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주가가 8% 내리면 레버리지 상품은 16%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9.70% 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괴리율은 85%를 웃돌았다.

여진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9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5.91% 반등하자 다른 레버리지 상품들은 30% 가량 올랐다. 반면 ACE 레버리지 상품만 홀로 30%가량 폭락했다. 전날 +85.59%까지 벌어진 괴리율 때문이다.

● 치솟은 증거금과 6억원 매수 주문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괴리율을 키운 불씨는 신한자산운용(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6억원 규모 매수 주문이었다.

신한운용이 ACE 상품을 사들인 이유는 '선물증거금' 때문이다. 선물증거금이란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거래소에 묶어둬야 하는 보증금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변동폭이 커지면서 선물증거금 비율이 50% 수준까지 치솟았다. 운용사로서는 펀드 자산의 절반 가량이 담보로 묶여 현금 유동성이 저하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처럼 증거금 부담이 커져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질 때 타사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여 2배 수익률을 맞추는 것은 업계의 불가피한 관행으로 여겨진다. 6억원 규모는 일반적인 레버리지 상품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규모로 평가된다.

● 2분만 더 참지…칼퇴근한 LP

신한운용은 '종가 리밸런싱' 원칙에 따라 장 마감 직전인 동시호가 시간에 6억원 규모 매수 주문을 냈다. 종가 리밸런싱은 매일 목표 수익률(2배)을 맞추기 위해 자산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필수 작업이다. 장중에 거래하면 오차가 생길 수 있어 종가가 결정되는 오후 3시 20~30분에 주문을 넣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랜덤 엔드(Random End)' 제도가 예상치 못한 발목을 잡았다. 이 제도는 장 막판에 대규모 주문을 넣어 고의로 종가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특정 조건이 맞으면 오후 3시 30분정각에 장을 끝내지 않고 마감 시간을 연장한다. 사고 당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랜덤 엔드가 발동돼 3시 30분에 끝나지 않고 거래가 연장됐다.

여기에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면서 장 마감 체결 시간이 3시 32분으로 2분 연장됐다. 그러나 시장에 호가를 대주는 LP들은 3시 30분이 되자 기계적으로 호가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

LP의 방어막이 사라진 텅 빈 호가창에 신한운용의 시장가 매수 주문만 위쪽으로 체결되면서, 1분만에 50% 폭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상품의 LP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까지 총 5개 증권사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8거래일만에 사고…금융당국 예의주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한지 8거래일만에 초유의 가격 왜곡 사고를 일으키면서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한국거래소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등 관련 3개 종목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적출했다. 향후 10거래일이내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투자유의종목 지정예고 단계를 밟게 된다.

특히 거래소는 괴리율이 벌어진 상황에서 호가를 텅 비워버린 LP들의 관리 부실 책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운용사와 LP를 상대로 구두 조사를 마치고, 서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한 과실이 드러날 경우 정례 LP 평가에서 큰 폭의 감점을 주거나 운용사 측에 해당 LP 교체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한 뒤 8거래일만에 불거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거래소의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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