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하는 배우자에게 143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분할대상 재산 대부분이 남편의 비상장사 주식이라 이를 지급하려면 지분 상당량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남편이 경영자로서 들인 노력이 훼손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비상장사 대표 A씨 부부의 이혼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 B씨와 혼인했다. A씨는 혼인 기간 중인 2012년부터 보험대리점 C사와 여행업체 D사 등을 설립해 운영했다. 아내 B씨는 가사와 양육을 해왔다.
갈등을 겪은 두 사람은 2018년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이듬해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A씨도 B씨를 상대로 맞소송(반소)을 냈다.
원심(2심)은 분할대상 재산인 두 사람의 순재산 합계액을 약 891억원으로 정했다.
B씨 순재산은 35억원, A씨 순재산은 856억원이다. A씨 순재산 중 C사 비상장주식 2천주의 가액은 753억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A씨와 B씨의 재산분할 비율은 8대 2로 정했다.
A씨가 보유한 C사 비상장주식을 분할하는 방법이 쟁점이 됐다.
A씨는 비상장주식을 현물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B씨는 비상장주식을 A씨에게 귀속시키고 대신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하게 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주장했다.
원심은 A씨 소유의 D사 비상장주식은 현물분할하되, C사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 주장대로 대상분할하도록 해 "A씨가 B씨에게 143억원을 금전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사 주식에 관해 오로지 대상분할 방식의 재산분할을 명한 것은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C사 주식 가액을 빼면 A씨의 순재산이 103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중 상당수는 부동산이고, 다수는 아내 B씨와 공유하고 있다. B씨가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을 처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만약 A씨가 나머지 자산(103억원어치)을 모두 현금화하더라도 나머지 40억원을 지급해야 해 결국 "A씨는 C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해 대출받지 않으면 B씨에게 재산분할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C사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아 A씨는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과반을 매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가 창업자 및 경영자로서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훼손되고, 나아가 회사의 존속 가치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반면 B씨는 주식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B씨가 현재 순자산으로 약 35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A씨로부터 한 자녀당 월 5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받는다면서 "C사 주식 일부를 현물분할 방식으로 분할받더라도 경제적 곤궁에 처하게 된다거나,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앞서 든 사정을 모두 종합해 이 사건 주식에 관해 다양한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등 당사자들의 실질적 공평을 고려해 그 이해관계 조정에 보다 적합한 재산분할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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