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들어 가장 매파적인 성명서와 금리 전망으로 주식과 채권 시장에 충격을 일으켰다.
Fed는 지난 16일부터 진행한 이틀간의 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12 대 0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까지 네 번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날 함께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도 Fed 위원들은 연내 1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3월 당시 경제요약 보고서에서 상당수 위원들이 연내 1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지만, 석 달 만에 통화 긴축으로 기류가 크게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4.5%에 다가섰고,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가 13bp 이상 뛰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3대 지수가 1% 안팎 하락했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 인덱스는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00.089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 금리 예고 걷어낸 성명서…점도표는 '연내 인상' 매파 기류
케빈 워시 의장은 이날 첫 기자회견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 혹은 이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포워드 가이던스에 해당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Fed의 정례 회의 성명서도 구성과 길이, 문구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이어졌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시기 통상 1페이지를 가득 채워 미국의 현재 경제 여건, 금리 결정 경과, 향후 금리 결정 방향, 나머지 통화 정책 운용 방향 등을 차례로 담아 시장과 소통하던 방식은 사실상 폐기했다.
연준은 기존의 절반 길이로 줄어든 이번 성명서에 위원들의 찬성 12명 표결 결과와 연 3.50~3.75%의 연방기금금리 범위, 간결한 미국 경제 상황 설명 외에 금리 정책의 변화를 가늠할 어떠한 추가 정보도 담지 않았다.
성명서는 다만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중동 분쟁에 일부 기인한 높은 불확실성에도 견조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연 2%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이뤄낼 것"이라는 목표 재확인에 그쳤다.
이러한 성명서와 관련해 케빈 워시 의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정책 성명을 조금 더 짧게, 더 단순하게 쓰고, 오래된 일부 표현을 걷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을 가능한 제시하되,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는 현재 국면에 맞지 않아 제외하도록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지속적인 고물가는 미국 국민에게 부담"이라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 달성은 유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은 케빈 워시 의장의 연준 개혁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났다. 통상 경제전망요약에는 연준 의장을 포함하여 통상 19명의 위원이 제출한 올해부터 내후년까지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기한 ‘점도표’가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점도표는 케빈 워시 의장을 제외한 18명이 제출한 기록만 담기는 등 지표의 일관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경제전망요약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9명이 연내 0.25%포인트 이상 인상을 예상했고, 이 중 6명은 두 차례 이상 인상을 제시했다. 위원들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연 3.8%로, 최소 한 차례 25bp 수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
워시 의장은 “현재 구조의 경제전망 요약은 제 오래된 견해에 따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점도표 제출 내용을 검토하며 모두 큰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작성한 것을 봤다”면서 “동료들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으며, 상황이 바뀌면 6주 후든 엿새 뒤든 자신들의 낸 점에 묶일 것이라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ed 운영 방식을 손질하기 위한 5개 태스크포스(TF) 신설도 함께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31차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태스크포스’로 향후 성명서와 각종 회견 방식에 변화를 예고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기존 데이터 활용, 생산성·고용, 물가 분석 틀(프레임워크) 등 다섯 분야에 걸쳐 TF를 구성하고, 내부 인력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선발 해 연내 결론을 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 연준,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전망…유가 하락은 변수
연준 위원들의 이러한 매파적 기류 변화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
4월 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202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5월 소비자물가 지수도 헤드라인 기준 4%를 넘겨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뛰었다.
3개월간 이어진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값 급등뿐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물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경제전망요약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을 3.6%로 전망했다. 이는 석 달전 같은 보고서에서 2.7%로 제시한 것보다 0.9%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또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도 2.7%에서 3.3%로 연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은 2.4%에서 2.2%로 낮췄고,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4.4%에서 4.3%로 소폭 내리는 등 고용 악화에 따른 위험은 낮게 평가했다.
한 달 뒤 연준 정책에 영향을 줄 변수는 국제 유가다. 미국과 이란의 잠정 평화합의 소식에 이날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선으로 내려오는 등 소비자 물가지수 등에 대한 압력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 금리 결정 소식 듣고 “괜찮다”…트럼프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
한편 주요 7개국 정상회의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어떻든 괜찮다”며 워시 의장을 옹호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믿기 어렵고. 나라를 계속 짓누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지금 그 자리에 아주 좋은 사람이 있으니 그가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향후 소통 방식을 두고 “기자회견은 가계, 기업 등과 더 넓게 소통하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 될 수 있다”면서 “오늘 몇 가지 변화를 만들었고, 더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첫 발을 뗀 케빈 워시 체제의 Fed은 다음 달 28일부터 29일에 걸쳐 올해 다섯 번째 FOMC 정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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