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17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협상 결과가 사실상 이란에 유리하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합의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란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보를 하면서도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 등 오랜 숙원을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미국이 즉시 이행하기로 한 경제적 조치들이다. 합의문 4조와 5조에 따르면 미국은 서명 즉시 이란 해상봉쇄를 풀고, 이란은 30일 안에 호르무즈 통항을 전쟁 전 수준으로 복원한다고 적시한다.
미국은 또 10조를 통해 서명 직후 이란산 원유, 석유, 파생상품의 수출과 은행거래, 보험, 운송 등 서비스에 제재를 유예한다.
아울러 미국은 합의문 11조를 통해 MOU가 이행되는 시점에 이란이 동결자산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다. 특히 이 조항에는 이란 중앙은행이 해제되는 동결자산의 최종 수혜자를 지정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제적 합의를 다룬 이들 조항을 종합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대가로 즉시 에너지 수출의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된다.
게다가 미국의 대이란제재로 묶인 자산을 가져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숙원이던 경제난 극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합의문 13조는 미국의 이 같은 양보가 사실상 선지급의 형태로 제공되도록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MOU에 서명한 뒤 4, 5, 10, 11조의 이행을 시작하고 이를 조건으로 나머지 조항들에 대한 최종 협상을 진행한다.
요약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만 열면 미국이 해상봉쇄 해제, 이란 에너지에 대한 유예, 동결자산 일부 해제를 미리 양보한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버락 오바마 집권기이던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JCPOA)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JCPOA 역시 에너지 수출 확대와 동결자산 일부 해제를 담고 있었지만, 자산 사용처를 인도주의 사업 등으로 제한했다. 반면 이번 합의는 이란 중앙은행이 자금 수혜 대상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 활용 범위를 넓혔다.
안보 분야에서도 이란이 얻는 실익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합의문 1조는 미국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란은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진해온 이란의 중동 내 세력확장 억제전략을 약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던 비핵화 문제 역시 강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합의문 8조에는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기로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1기에 일방적으로 탈퇴한 과거 핵합의인 JCPOA는 "이란은 어떤 환경에서도 핵무기를 추진하거나 개발하거나 획득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적시한다.
이번 합의가 과거 합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간략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문 6조에 명시된 3천억 달러(약 457조원) 규모의 재건기금도 이란에 상당한 혜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 재건과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의 일부로 확정될 것으로 명시됐는데, 이는 이란의 재건을 지원할 기금이 없으면 최종 합의도 없다는 조건을 뜻한다.
대이란제재 해제를 두고도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합의문 7조를 통해 최종 합의의 일부로 합의된 일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결의, 미국의 1·2차 독자 제재를 포함한 이란에 대한 모든 종류의 제재를 종료하기로 약속한다.
이는 이란과의 비핵화 합의를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 테러, 인권침해, 대량살상무기 등 모든 대이란제재를 없앤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적어도 이란이 합의의 액면적 문구를 토대로 과격하고 대담한 행동에 나설 소지는 다분하다.
미국 CNN은 이번 14개 조항의 합의문을 분석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에 발포하지 않는 대가로 당장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