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올해 10월까지 대중(對中) 무역적자 감축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올여름 폭염으로 중국산 에어컨 수입이 폭증하면서 목표 달성에 변수가 생겼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에 따르면 중국 마이디어그룹은 자사 '포타스플릿' 에어컨 시스템의 올해 출하량이 지난달 29일 기준 20만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작년의 두 배 속도라고 밝혔다.
포타스플릿은 에어컨 설치 법규가 까다로운 서유럽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설계된 이동식 분리형 시스템이다. 실외기를 창문 브래킷에 클립으로 달 수 있어 공구 없이 설치가 가능하고 벽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 고정 설비가 아니라 가구로 분류돼 파리 등에서 시행되는 건물 외관 개조 금지 법규에 저촉되지 않고, 냉매 용량도 1.99㎏으로 프랑스의 별도 검사 기준(2㎏)을 살짝 밑돈다. 독일의 엄격한 야간 소음 기준과 스위스의 에너지 효율 등급도 충족한다.
올여름 유럽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 제품은 품귀 상태가 돼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재고 입고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큰 인기를 끌 정도다.
유럽 가구의 에어컨 보유율은 약 20%로, 90%에 가까운 미국보다 훨씬 낮다. 유럽 시장 에어컨 판매량 1~5위는 모두 외국 기업이며 이 중 3곳이 중국 업체다. 하이얼그룹·주하이 그리전기·마이디어그룹 3개사는 작년 기준 유럽 에어컨 소매시장의 32%를 차지했다. 나머지 두 곳은 튀르키예 베코와 일본 다이킨공업이다.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EU는 중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재작년 대비 15% 늘어난 3,600억 유로(637조원)의 적자를 냈다. 하루 10억 유로(약 1조7,700억원)꼴이다. 27개 회원국 중 대중 무역에서 흑자를 낸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올해 1분기 적자는 980억 유로(173조원)로 2022년 이래 동기 최대치였다.
EU와 중국은 지난달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1차 EU-중국 무역·투자 메커니즘 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10월을 무역 불균형 갈등 해소 시한으로 설정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지금부터 10월 사이면 우리 실무진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중국의 EU 시장 수출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우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전략컨설팅업체 롤랜드베르거의 드니 드푸 글로벌 전무이사는 EU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절반이 자동차부터 정밀기계에 이르는 기술 제품이라며 "지난 수십 년과는 반대 상황이며, 유럽 산업계에는 공포스러운 일이고 유럽연합에는 재정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양측이 공동성명을 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긍정적 진전으로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