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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국내 반도체 대장주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 나스닥 시장에 전격 등판한다. 단순한 기업공개(IPO)를 넘어 국내 증시 전반의 판도를 뒤흔들 초대형 매크로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티커명 'SKHY'로 오는 7월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을 추진한다. ADR은 미국 외 국가의 기업이 본국 주식은 그대로 둔 채, 이를 담보로 미국 은행을 통해 발행해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주식 대체 증서다. 미국 투자자들이 번거로운 해외 송금이나 환전 없이 현지에서 달러로 편리하게 SK하이닉스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조달 금액만 최대 29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기록했던 사상 최대 기록(218억 달러)을 가볍게 뛰어넘는 역대급 규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붐 속에서 직접적인 투자 대안을 찾던 미국 자본에 SK하이닉스의 상장은 그야말로 '골든 티켓'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이번 상장에 촉각을 곤두지구 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행이 단순한 해외 상장을 넘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대규모로 유입될 글로벌 자금이 국내 설비투자로 재사용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국내 반도체 협력업체들의 주가와 실적도 동반 상승하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상장 이후의 주가 흐름이다. 과거 ADR 상장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SML의 발자취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TSMC가 미국 시장에 데뷔한 1997년 가을은 역설적으로 '아시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시기였다. 업황 둔화까지 겹치며 상장 약 1년 만인 1998년 10월, 고점 대비 약 88% 폭락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1999년부터 IT 버블이 폭발하자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월가의 유동성이 TSMC ADR로 다이렉트로 꽂히며 주가는 수백 퍼센트 폭등했고, 2000년 초 닷컴 버블의 정점을 찍었다.
ASML 역시 1995년 봄 미국 나스닥과 유럽 시장에 동시 상장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슈퍼 을(乙)'이 아닌 신생 장비 제조사에 불과했다. 초기에는 미국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낮아 거래량 부진과 주가 횡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나스닥 테크 붐이 일자 달러 거래 환경을 발판 삼아 글로벌 펀드 자금을 흡수, 주가가 수배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글로벌 기업의 발자취는 명확한 공통 패턴을 보여준다. 상장 초기에는 기업의 본질 체력보다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에 따라 큰 변동성을 겪지만, 초기 진통이 지난 후에는 '월가 유동성'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며 대대적인 주가 재평가(리레이팅)와 함께 '퀀텀 점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현재 월가의 시선은 SK하이닉스의 '퀀텀 점프' 가능성에 압도적인 확신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애널리스트 37명 중 무려 35명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목표주가 상향 랠리도 뜨겁다. CLSA는 현재 진행 중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장기화된 업사이클이 될 것으로 진단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252만 원에서 370만 원으로 대폭 올렸다.
UBS 역시 최근의 단기 주가 조정을 강력한 매수 기회로 규정하며 목표주가를 300만 원에서 320만 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전체 출하량의 최대 70%를 5년 장기 계약으로 묶어둔 점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오더라도 실적 훼손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피모건(JPMorgan) 또한 단순한 업사이클을 넘어 기업의 체질 자체가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에 섰다며 목표주가를 18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파격 상향 조정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미국 자본시장행 신호탄은 아시아 반도체 벨트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Kioxia) 역시 내년 4~6월을 목표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 발행을 통한 상장을 전격 선언했다. 미국 자본을 수혈받는 글로벌 메모리 공룡들의 대이동이 국내 증시와 반도체 산업에 어떤 새로운 붐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원 외신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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