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리포트

"일종의 꿈이 이루어졌다" 뉴욕에 펄럭인 태극기…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규모로 나스닥 화려한 등판 [ 글로벌 IB리포트 ]

입력 2026-07-13 07:07   수정 2026-07-14 07:23

"일종의 꿈이 이루어졌다" 뉴욕에 펄럭인 태극기…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규모로 나스닥 화려한 등판 [ 글로벌 IB리포트 ]


"일종의 꿈이었는데,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번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은 뉴욕 현지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미국 맨해튼의 JP모간 본사 건물 한복판에 대형 태극기가 걸리는 등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 예탁증서(ADR)는 첫날 공모가를 가뿐히 넘어서며 장 중 14%나 폭등해 미국 투자자들의 압도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외신들 역시 일제히 감탄을 쏟아냈다. 로이터 통신은 헤드라인에 'marquee(이름값 있는, 매우 중요한, 화려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SK하이닉스가 대형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등장해 미국 시장 내에서 이번 이벤트의 비중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265억 달러를 조달하며 미국 증시 역사상 외국 기업이 추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중 역대 1위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하이닉스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축제날'이라며 기사를 시작하는 동시에, 하이닉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동안 미국의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짓눌려 있는 대조적인 상황을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한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SK하이닉스가 어떻게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거인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을 통해 과거의 암흑기를 이겨내고 주인공으로 우뚝 선 성공 신화를 집중 조명했다.


투자 분석 플랫폼 리플렉서비티는 하이닉스가 서울 증시를 넘어 나스닥을 직접 선택한 배경에 대해 "높은 밸류에이션 대접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년간 마이크론 주가가 711% 폭등할 때 하이닉스도 677% 올랐지만, 미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마이크론이 7배를 받을 때 하이닉스는 5.8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리플렉서비티는 이를 한국 증시 특유의 디스카운트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상장으로 그 격차를 좁힐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형 기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영국 투자 플랫폼 AJ 벨은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며 "이것은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US뱅크 자산운용 역시 한국 증시에서 입증된 상승세가 미국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스란히 옮겨붙었다고 진단하며, 반도체를 넘어 산업재와 유틸리티 등으로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 고유의 '호황 뒤엔 반드시 불황이 온다'는 경기 순환 특성 때문이다. 닷컴 버블, 스마트폰 붐, 클라우드 전환기 때마다 늘 초반엔 물량이 모자라다가 나중엔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역사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힐 캐피털 회장은 "반도체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도 무서운 거래"라며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르네상스 캐피털과 야후 파이낸스 역시 과잉 공급 공포와 빅테크들의 수익 모델 균열 가능성을 면밀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배런스는 과거 스페이스X의 사례를 들며 초반 흥행에 취하기보다 장기적인 실적과 공급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진짜 숙제라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 대세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이클 공식이 깨졌다며 강력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쏟아부을 자본 지출이 무려 1조 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이 막대한 자금 중 최대 40%를 순수하게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태원 회장 역시 "AI 에이전트와 물리적인 AI 로봇 시대를 고려할 때,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CNBC는 이번 상장을 두고 과거 스페이스X에 이어 글로벌 AI 메모리 패권을 잡을 가장 확실한 기회를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선물했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막강한 자금력을 날개 삼은 SK하이닉스가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지원 외신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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