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박에 실린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인 지난달 20일에는 이란은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종 종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동 국가에 제공한 안보 서비스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J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측근들이 그간 밝혀온 입장과 배치된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18일 이란과 종전 MOU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제수로에는 통행료가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루비오 장관도 비슷한 시기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이 현행 국제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제법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 내 수로가 특정국의 영해라고 하더라도 연안국의 주권보다 '통과 통항권'이 우선인 까닭에 선박이 통과를 목적으로 중단없이 신속하게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방해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다만 도선사 안내나 구조 활동, 기뢰 제거 등 실제 제공한 구체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이란은 서명했지만 비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협약 제정 이전부터 공해의 자유로운 항행을 인정하는 국제 관습법이 확립돼 있어 협약 비당사국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미국 역시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으려 할 때마다 이러한 국제법과 국제 관습법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종전 MOU가 사실상 붕괴하고 전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스스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면서 기존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장과 밴스 부통령, 루비오 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밝혀온 기존 입장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백악관과 참모진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날 "우리는 통행료엥 대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의 통과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MO 대변인은 "단순히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인 통행료를 도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