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유럽 '최악의 산불'…스페인, 국가비상사태

입력 2026-07-25 12:29  

펄펄 끓는 유럽 '최악의 산불'…스페인, 국가비상사태


유럽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주민과 관광객 약 9만2천명이 대피했다. 스페인은 산불 대응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강풍과 폭염 등 기상 여건까지 악화하며 대응이 어려워지자 23일 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드리드 지역 서부에서 발생한 큰 불 두 건은 24일 오후 하나로 합쳐져 3천㏊(30㎢)를 순식간에 태웠고 다른 큰 불과도 합쳐질 위기다. 이사벨 디아스아유소 자치정부 수반은 마드리드 역사상 최악의 화재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만 2만5천명이 대피했다.

마드리드 북서쪽 아빌라에서는 9천㏊(90㎢)가 불에 탔고 주민 1천500명이 대피했다. 현지에서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험준한 지형 탓에 진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페인 경찰은 화재 위험으로 중장비 사용이 금지된 지역에서 이를 사용한 혐의로 남성 한 명을 조사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올해 들어 대형 산불이 29건 발생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1∼7월 평균인 9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소실 면적은 11만5천㏊(1천150㎢)로 서울(605㎢) 면적의 두 배에 육박했다.

폭염도 산불 확산을 부추겼다. 무르시아는 지난 23일 최고기온 44.7도, 아빌라 일대는 22일 최고 42도를 기록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올해 EU에서는 지난 22일까지 최근 20여년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는 면적이 산불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는 소실 면적이, 스페인은 화재 발생 건수가 각각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역시 산불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의 로랑 누네즈 내무 장관은 AFP 통신에 현재 32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네즈 장관은 특히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현재까지 1만㏊ 이상을 태웠다며 "이번 시즌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80채의 가옥이 불에 탔고 그 중 약 50채는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육로와 해로를 통해 약 4만4천명이 대피했거나 대피 중이다. 특히 고급 주택이 즐비하고 캠핑장이나 임대 주택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관광객으로 가득 찬 캅페레 반도에도 전면 대피령이 내려졌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지롱드 지역 소방관 1천명 가운데 약 40명이 다쳤다. AFP 통신은 이번 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산불을 신속히 진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전국, 특히 지롱드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인해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며 EU에 "시민보호 메커니즘의 가동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이는 EU 회원국이 대형 재난을 겪을 때 다른 회원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제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도 당부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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