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겉으로는 평온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개별 종목들의 기초체력이 저하되는 '균열'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장기 강세 기조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월가의 대조적인 낙관론도 함께 제시됐다.
최근 뉴욕증시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단기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 지표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무려 160개 기업의 주가가 단기 추세의 핵심 기준선인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이탈했다. 실제 이번 달 들어서만 S&P 500 내 197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이 중 43개 종목은 고점 대비 10% 이상 조정을 받으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더욱이 매수세의 유입 강도를 측정하는 상대강도지수(RSI) 역시 전체 종목의 절반을 넘어선 264개 기업에서 일제히 우하향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수 공백이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리포트를 통해 "현재는 일부 개별 종목 중심의 변동성에 그치고 있지만,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발표 시즌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내부 균열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월가의 대표적 전략가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같은 지표 악화 속에서도 반전 카드를 제시했다. 윌슨은 "실적 시즌을 거치며 지수가 7,000선까지 단기 조정을 받을 수는 있으나, 연말 S&P 500은 8,0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윌슨은 시장의 하방을 지지할 첫 번째 근거로 경제의 '롤링 리커버리(Rolling Recovery, 순환적 회복)'를 꼽았다. 모든 업종이 동시에 호황을 누리는 과거의 패턴 대신, 특정 섹터가 먼저 살아나고 시차를 두고 다른 섹터가 바통을 이어받는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에서는 주도주가 지속적으로 교체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AI와 반도체 섹터에 대해서는 '변화율의 정점(Peak Rate of Chang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윌슨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증가율)'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짚었다. 주식시장은 이익의 절대적 수치보다 성장의 가속도를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더라도 주가가 당분간 숨고르기나 기간 조정을 거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시장의 자금이 성장 잠재력만 보던 고성장주에서 현금을 꾸준히 창출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퀄리티 우량주(Quality Rotation)'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면서 실제 기업 손에 남는 '잉여현금흐름(FCF)'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어, 당분간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통화정책 변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해석이 나왔다. 만약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FOMC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25bp(0.2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이는 '보험성 금리 인상(Insurance Hike)'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윌슨은 이를 경제 과열에 따른 강력한 긴축이라기보다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제발 방지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상징적 처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심리적 흔들림은 유발할 수 있어도 증시의 장기 강세장 자체를 훼손할 악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모건스탠리가 던진 메시지는 증시의 장기적 우상향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인 AI 테마 추종에서 벗어나, 치열해지는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는 '진짜 알짜 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지원 외신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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