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추가 대책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업계는 즉시 시행에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제도 설계와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해 당장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단 평가다.
30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은 전날(29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대책 논의를 진행했다. 핵심은 개인 별 투자 한도를 두는 방안이다. 개인의 금융투자상품 총투자 금액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 예시로 거론된다. 정부는 관련 조치를 '즉시 추진'하겠단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개인 별 총 투자 금액 산정과 실시간 비중 관리 동의 절차 등은 모두 풀어야 할 과제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즉시 시행은 어렵고 이르면 다음 달 내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레버리지 배율을 2배에서 1.5배 등으로 낮추는 방안 역시 투자 설명서 변경과 투자자 동의 절차가 필요해 간단하지 않단 지적이 나온다.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된단 점에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확정된 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31일부터 시행되는 기본 예탁금 3천만원 조정과 리밸런싱, 유동성 공급자(LP) 분산 조치의 효과를 먼저 살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시장은 업계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레버리지 대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KB·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한화 등 운용사 대표, 증권사 LP 담당 임원들은 30일 만나 자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종가 부근에 몰리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 중과 장 마감 이후로 분산하기로 했다. 이 거래가 장 마감 무렵 집중되며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논란을 한국 증시의 양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긍정론은 변동성 이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시각이다. JP모건은 한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강한 디레버리징 국면을 겪었고, 이제는 밸류에이션과 모멘텀이 함께 개선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ETF를 운용하는 크레인세어즈(KraneShares)의 조나단 크레인(Jonathan Krane) 최고경영자(CEO)는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며 “변동성은 대비해야 하지만 시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레인세어즈는 1조원 규모의 글로벌 AI ETF ‘AGIX’를 운용 중이다. 이 상품에는 SK하이닉스 2.04%, 삼성전자 1.57%가 편입돼 있다. 또 글로벌 휴머노이드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KOID ETF’에는 두산 1.77%, 레인보우로보틱스 1.72%가 담겨 있다. 크레인 최고경영자는 “한국은 AI와 전력, 공급망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다른 선도 국가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HSBC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 융자 잔액이 줄었지만 32조원 수준으로 높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자산도 고점 대비 크게 줄었지만 평가액 감소 영향이 큰 만큼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로 이어진 호황이 끝난 뒤, 채무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자산이 급격히 팔리고 가격이 급락해 금융 불안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뜻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에서 나온 개념이다.
업계 관게자는 "레버리지 규제는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속도와 방식은 정교해야 한다"며 "기본 예탁금 조정 이후 추가 대응의 실효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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