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수익성을 입증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실적 발표 당일 SK하이닉스는 14% 급락하며 '반도체 고점론'을 불러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적이 발표된 이후 장중 한 때 주가가 7% 상승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시장 반응이 엇갈린 요인은 컨퍼런스콜에서 제시된 경영진 메시지의 구체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두 반도체 거물의 HBM 주도권 경쟁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싸움이었다.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는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방점을 두고 품질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29일 컨퍼런스콜에서 "HBM2E부터 축적한 경쟁력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당사만의 차별화된 요소"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으나, 향후 매출 비중이나 점유율 목표치에 대해서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숫자'와 '목표치'를 제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하반기 HBM4 매출이 당사 전체 HBM 매출의 60%를 넉넉히 상회할 것으로 본다"며 "D램 시장점유율에 상응하는 HBM 점유율을 확보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HBM인 HBM4E에서 '업계 최초'를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에게 공급했다"며 기술력 어필에 나섰다. 시장은 이러한 구체성을 삼성전자의 HBM에서 반전 신호로 해석했다.
● 메모리 호황과 파운드리 턴어라운드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정보 공개 범위가 투심을 갈랐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이외의 추가적인 사업 확장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장기공급계약(LTA) 계약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10여개 기업과 LTA 계약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으나 "전체 매출에서 LTA 계약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LTA란 반도체를 주요 고객사에게 정해진 가격에 연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 LTA 계약 관행이 확산하면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기존의 사이클 산업 구조를 일부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LTA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하락 사이클이 찾아왔을 때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 LTA 비중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LTA와 비메모리 분야 모두에서 구체적 이정표를 제시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탑5 고객사와 LTA를 체결했다"고 말하며 "전체 생산캐파의 60~70% 수준을 장기 계약으로 운영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며 5년 단위 장기 계약 비중을 구체화했다.
파운드리 부문의 반등 비전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하반기 4나노 공정 엔비디아 제품 양산을 본격화하고, 주요 거래선 판매 증가를 기반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선단공정 매출 비중이 2025년 10% 후반대에서 2026년 30% 이상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애플과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 수주를 기반으로 한 테일러 팹 가동 일정까지 공개하며 메모리 외 성장 동력을 증명했다.
● '주주환원 소통' 가른 ADR 규제 족쇄

주주들이 기대했던 추가 주주환원책 발표에서도 환경적 차이가 존재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ADR 상장으로 인한 공모 규제가 소통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송현종 사장은 "주주 환원 관련해서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ADR 공모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 중요 정보를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는 데는 일정 부분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ADR 상장에 따른 규제 영향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즉각적인 추가 주주환원 발표를 기대했던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실망감으로 작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ADR 관련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주주환원 기대감을 유지시켰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 부사장은 "신규 자금조달 목적의 ADR 필요성은 높지 않아 현재 ADR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차기 주주환원 정책은 기존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며 조만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약 12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D램 평균판매단가 상승률 격차…실적 컨센서스 하회 원인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 수치 역시 양사의 실적 평가를 갈라놨다. 2분기 D램 ASP 상승률에서 SK하이닉스는 30%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40%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D램 현물 가격 상승세를 감안해 ASP 상승률을 35% 수준으로 기대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실제 영업이익(60조원)이 시장 기대치(64조원)를 소폭 밑돈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최근까지의 D램 현물가격 상승세를 감안해 예상 실적을 계산했지만, 실제 SK하이닉스의 ASP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계산이 틀어져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일부 고부가 제품의 출하 확대 시점이 하반기로 이월됐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전체 제품 혼합 ASP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D램 ASP 40% 상승을 기록하며 현물 가격 상승 수혜를 실적으로 온전히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주가 급등락 속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현재 수치와 향후 목표치를 제시한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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