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가 다니는 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계획한 전력망 구축 계획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시공 단계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원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하남에 있는 동서울 변환소입니다.
동해안에서 넘어온 전기를 수도권에서 쓸 전기로 바꾸는 이 곳은 벌써 6년째 증설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하지만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증설 사업은 수년째 멈춰 있습니다.
[윤경자 / 경기도 하남시 거주: 송전탑 짓는다고 해서…건강을 위해 이사를 갈까 생각했어요.]
[홍성순 / 경기도 하남시 거주: 노인분들도 많고, 암 걸린다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불안한 게 많죠.]
특히 이 곳으로 오는 전기는 가까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져 반도체 생산 전력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6월이었던 준공 목표는 무산됐고, 약속했던 올해 12월 준공도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김지훈 / 고려사이버대 전기전자공학 교수: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면 반도체 품질이 나빠진다거나, 아니면 AI 데이터 센터에서도 학습이나 이런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실제 사업에 들어간 24곳 가운데 80%인 19곳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마저도 시공 단계에 들어간 곳만 따지면 90% 이상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업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주민들의 민원과 인허가, 산단·택지 조성 지연 등이 꼽히면서 사업 전반에 걸쳐 전력망 구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전력망 구축은 입지선정부터 설계, 인허가까지 총 9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평균 사업 기간도 9~13년에 달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동해안 송전망 사업이 늦어지면서 동해안 일대 석탄 발전소들은 가동률을 20~30%로 낮춰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장(건국대학교 교수): 송전선로가 건설되지 않으면 비싼 LNG 발전기가 가동을 해야 해서 전체 비용이 상승하고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팹도 마찬가지고, 적기에 공급을 못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전력망 부족은 첨단 산업에 연쇄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민 갈등 해결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한편, 공공 설비에 대한 시민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광재 / 국회의원 : 국가는 보상이 돼 있느냐라고 하는 부분의 설계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해놓으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해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죠.]
문제는 전력망 구축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겁니다.
한전은 자체 연구보고서를 통해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지연 시 연간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원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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