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시도는 어디까지 도달한 상황일까요. 그리고 국내 반도체 시장에 어느정도 수준의 부담으로 다가올까요.
● CXMT, 삼전·닉스보다 비쌉니다
CXMT의 D램 점유율은 8%로 세계 4위 수준입니다. 12인치 웨이퍼 환산 생산능력은 2024년 1분기 9% → 올해 2분기 14%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32%)와 SK하이닉스(28%)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D램 생산 비중이 각각 4%P, 3%P 줄었죠.
기업가치를 한번 볼까요. 2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89조 5000억원, SK하이닉스는 60조 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반기 실적 전망치까지 반영하면 삼성전자 PER은 4배, SK하이닉스는 5배를 조금 넘습니다. CXMT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원 수준입니다. CXMT의 PER은 21배 수준입니다. 수익성 대비 기업가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CXMT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기술력도 △DDR4는 2년 안팎 △DDR5는 3~4년 △고성능 HBM은 5년 이상 차이가 납니다. 현재 CXMT 몸값은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하더라도 비싸게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 중국산 반도체는 싸다는 오해
CXMT가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을 장악한는 시각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애플이 D램 확보를 위해 CXMT와 접촉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애플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했으나 CXMT가 거절했다는 내용이었죠.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등 탄탄한 내수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굳이 가격을 깎아줄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실제 중국 징둥닷컴에서 거래되는 64GB DDR5 제품의 소매 단가는 CXMT가 2805달러로 같은 사양의 한국 제품보다 비쌉니다. 로이터통신도 "CXMT가 서버용 D램을 삼성전자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죠.
CXMT 스스로도 IPO 당시 '감가상각 부담'과 '규모의 경제 미실현'으로 생산원가가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CXMT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한국산 반도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의 반사이익인 셈입니다.

● 비싼 기업가치를 정당화해주는 것
CXMT의 몸값과 가격 배짱을 정당화하는 요인은 중국 정부의 지원입니다.
중국 정부는 국영 펀드 등을 통해 지금까지 CXMT에 1000억 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466% 폭등하며 시총 1위에 올라선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CXMT 공모 물량의 50%를 국유기업과 정책 펀드에 배정한 결과죠.
테크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7월 초 과창판50 지수가 급락하자 자정 무렵 중국 국영 펀드(중국국신·중국청퉁)들이 테크 기업에 자금을 집행한다는 포스팅을 올리며 주가를 방어했습니다.
과거 디스플레이, 철강, 태양광, 배터리에서 보였던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인위적 시장 개입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 中 반도체 전망, 거품은 아닌 이유
중국은 개별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독자 생태계를 구축 중입니다.
미국이 엔비디아 GPU 수출을 막자 중국은 화웨이의 '어센드910' 시리즈를 내세워 대항에 나섰죠. 이를 활용해 AI 소프트웨어에서도 '키미 K3'나 '딥시크' 같은 고효율 AI를 선보였습니다. 엔비디아 GPU 없이 만든 슈퍼컴퓨터 '라인샤인'이 세계 1위 성능을 구현했다는 소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노광장비 자립'까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국영기업 '아이성나'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핵심 인력과 화웨이 계열 위량성의 팀을 묶어서 세운 법인입니다. 그동안 철저히 숨겨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공개됐습니다.
아이성나가 양산에 나섰다는 'DUV'는 반도체 칩에 정밀한 회로를 그리는 장비입니다. 물론 기술력 측면에서는 네덜란드 ASML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줄 서서 구매할 생각만 할 때, 독자적인 대항마를 만들고 있었다는 상징성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중국의 노광장비 자립 계획은 2002년 '863노광장비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20년 넘게 진행 중인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때 SMEE가 설립됐죠.

● '중국 장비로 중국 메모리' 만든다는 서사
중국 정부는 국가대기금 3기 3440억 위안(약 63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에게 국산 장비 구매를 의무화하도록 한 건 덤이고요.
베일에 감춰져 있던 아이성나가 등장한 시점도 치밀하게 계산됐습니다. CXMT가 상장하는 날 아이성나의 DUV 장비 양산 뉴스가 터졌어요. '국산 장비로 국산 반도체를 만든다'는 서사가 완성됐죠. CXMT 몸값을 끌어올리고 서방 증시를 패닉에 빠뜨리는 심리전이었던 셈이죠. 실제 CXMT는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며 미국 인텔의 시총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장비(아이성나)~파운드리(SMIC)~D램·HBM(CXMT)~GPU(화웨이)~AI 모델(딥시크)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 중입니다. 당장은 각각의 업역에서 서방 세계의 기술 우위를 무너뜨리진 못합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8년 이후 중국의 신규 공장이 완공되고 자체 장비 양산이 정착되면 D램 시장에서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죠.
중국의 반도체 자립 총력전은 해프닝이 아닙니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드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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