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도 날아가는 AI 관련주…'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마켓무버의 국장 힌트]

신인규 기자

입력 2026-08-18 07:44  

중동 불안에도 날아가는 AI 관련주…'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마켓무버의 국장 힌트]



미 증시 살펴보며 한국 증시 투자아이디어까지 찾는 마켓 무버입니다.

간밤 뉴욕 증시 3대 지수 소폭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경기 방어주의 낙폭이 두드러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했던 60일 휴전 협상이 사실상 연장 없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논의 자체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은 항복의 백기를 들어야 한다"며 "중재국인 오만에 대해서도 "협상에 방해가 된다면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인한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했고,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란전 참여에 소극적인 대한민국에 불만을 표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어제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군사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중동 불안이 지속되며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금리)는 연 5.31%를 돌파하며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높은 장기채 금리는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문제와 함께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 공급 정책 가운데 하나인 지금준비금 관리 매입(RMP) 정책이 한 달 동안 종료된다는 뉴스의 의미입니다.

RMP는 지난해 미국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이 빠르게 줄어들며 유동성 경색 위기가 대두됐을 때 연준이 내놓은 정책입니다. 연준이 단기채를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었지요. 지난해 12월엔 월 400억 달러 수준이었던 RMP는 월 1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습니다. 한 달 중단 이후 재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시장에선 제기됩니다.

유동성 경색 문제가 해소되고 있으니 연준이 RMP를 중단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일단 시장에 풀리는 돈이 월 100억 달러 만큼은 줄어든다는 뜻도 됩니다.

높은 국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성장주에 악영향을 미치죠. 유동성 축소도 마찬가징비니다. 이렇게 거시환경이 대체로 증시에 부정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하나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64% 상승한 것을 비롯해 AI 관련주들은 간밤 강세를 보였습니다. 불안한 거시 환경 속에서도 AI는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하는 소식들이 새로 등장했기 때문으로 보아야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약 6천억 달러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기업 재무제표에 아직 잡히지 않은 약정이 3조 달러 정도가 더 있다는 내용입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사인을 해놓은 데이터센터 임대 약정, AI칩, 에너지 구매 계약이 3조 달러 만큼 되는 것이고 심지어는 대부분의 계약이 중도에 해지가 불가한 조항을 담고 있다는 게 WSJ 보도의 골자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시장이 당초 알던 것보다 메모리 반도체를 더 많이 쓴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실적으로 자본 지출의 타당성을 증명해야겠죠. 그런 측면에서는 AI 투자자를 안도시킬 수 있는 소식이 함께 나왔습니다.

AI 모델 '클로드'로 몸값과 이름값을 동시에 높이고 있는 기업이죠, 앤트로픽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 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11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6배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오하이오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에 1,050억 달러의 금융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번 대출 보증은 엔비디아가 체결한 보증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로, 해당 데이터센터는 초기 용량이 4.25GW, 최대 8GW 용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8월 중반을 넘어선 미 증시는 거시 환경 불안이라는 악재와 AI 기업 성과라는 호재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야 중동 불안 지속보다야 AI로 인한 산업 혁신 파급력이 더 클 가능성이 높겠지만, 적어도 두 재료 모두 단기간에 사라질 성격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이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움직임을 일컫는 용어가 있습니다. '샤워실의 바보'라는 개념입니다.

샤워실에서 물을 틀었는데 물이 너무 찹니다. 그래서 레버를 온수 쪽으로 조금 돌렸는데, 갑자기 물이 너무 뜨거워져서 곧바로 다시 냉수 쪽으로 레버를 돌립니다. 이번에는 또다시 물이 너무 차갑습니다. 뜨거워서 놀라고, 차가워서 놀라고 하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 물은 물대로 쓰고, 결국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샤워실의 바보'는 사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정책 효과가 달성되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비유가 어쩌면 호악재가 모두 견조한 지금의 투자 환경에도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요. 샤워하기 딱 좋은 온수가 나오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먼저겠지만, 인내 역시도 중요한 부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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