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미국 집단소송의 첫 심리가 1일(현지시간) 열리면서 재판 관할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정·관계에 대관 활동을 벌이며 '미국 기반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해온 쿠팡이 법정에서는 '한국 플랫폼'에서 발생한 사고라 뉴욕 법원의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쿠팡 고객들을 대리하는 한국 법무법인 대륜 및 미국 협력 로펌 SJKP는 "쿠팡이 개인정보 보호 의무와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등을 상대로 500만달러(한화 약 68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동부연방법원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쿠팡 고객 2명을 대표 원고로 이름 올렸다. 7천800명가량의 피해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1일 오후 미 뉴욕 동부연방법원이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첫 사전 변론회의에서 이 사건을 해당 법원이 심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 진행에 앞서 판사가 양측을 불러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짜는 자리가 사전 변론회의다.
재판장인 앤 M. 도넬리 판사는 "왜 이 사건을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다뤄야 하는지", "이 사건을 한국 법원이 아니라 왜 해당 법원으로 가져온 것인지"를 캐물었다.
쿠팡 측 대리인인 미국 대형 로펌 커클랜드앤드엘리스 소속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발생한 일인데 미국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관할이 부적절하다며 기각을 주장했다.
쿠팡아이엔씨는 미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지주회사고 한국 쿠팡은 하나의 자회사라 별개의 법적 실체라는 것이다.
한국 쿠팡 법인이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에서 사업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며 "이곳에서 재판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 낭비"라고 쿠팡 측 변호사들은 주장했다.
쿠팡은 그간 미국 정·관계에 활발하게 대관 활동을 벌이며 미국 일자리 창출과 수출 확대 등을 강조했다. 이에 미 의회 일각도 쿠팡이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받는 미국 기업이라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한국 플랫폼'이라며 소송 기각을 요청한 것이다.
쿠팡 측 변호사들은 한국의 여러 기관이 이미 해당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원고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재판지와 적용 법률을 택하려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이에 쿠팡 이용자 측 대리를 맡은 한국 법무법인 대륜 및 미국 협력 로펌 SJKP는 쿠팡아이엔씨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며, 모회사의 리더십이 한국 법인에 영향을 미친다며 관할권 문제는 없다고 맞섰다.
쿠팡아이엔씨가 자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넬리 판사는 뉴욕 동부법원과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와의 관련성이나 원고들의 거주지들을 재차 확인하는 등 의구심을 드러냈다.
도넬리 판사는 다음 달 6일까지 추가 서면들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후 추가 재판 여부 및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륜 측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진행된 과정이나 서류들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3천370만명의 한국 소비자들이 국경과 무관하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쿠팡 이용자 3천370만 명의 이름과 연락처, 배송지,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이 유출됐다.
미국에선 벌어진 이번 소송으로 쿠팡이 국내보다 훨씬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지 주목돼 왔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할지 쟁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재판이 종결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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