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올해 4분기에도 원유 공급 정상화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의 저강도 교전 지속을 기본 시나리오로 판단한다”며 “하반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89달러, 4분기 평균은 91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 협상 시한은 지난달 17일 별다른 합의 없이 만료됐다. 이어 지난달 30일 미군이 기뢰 살포를 준비하던 이란 라라크섬 발사대를 타격하고, 이란이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한 달 만에 교전이 재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다시 경고했다. 이에 지난 1일 WTI 가격은 5.2% 급등한 배럴당 90.2달러로, 지난 7월 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변동성 지수인 OVX도 49까지 반등했다. 올해 12월물과 내년 12월물의 WTI 가격 차이는 지난달 28일 배럴당 9.4달러에서 이달 1일 14.3달러로 확대됐다. 상상인증권은 이를 단기물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7달러까지 상승했고, 리얼클리어폴리틱스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5%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유가를 낮추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현재 2억9000만배럴로 1982년 이후 가장 적다.
지난 3월 승인된 1억7200만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 물량 가운데 남은 물량은 4600만배럴이다. 현재와 같은 주당 450만배럴의 방출 속도가 유지되면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초 기존 승인 물량이 소진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는 1억8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중간선거 전 휘발유 가격을 20%가량 낮췄다. 하지만 현재는 비축유가 부족해 당시와 같은 대응을 되풀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유업체들과의 회동이나 베네수엘라 유전 관련 합의도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정제시설 병목에 원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중간선거 전 휘발유 가격을 낮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상상인증권은 선거 전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호르무즈해협 재개통 합의를 꼽았다. 다만 이란이 봉쇄 해제와 배상, 미군 철수 등 6개 조건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타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이란 경제도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양측 모두 합의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에는 협상력 회복을 위한 카르그섬 등 인프라 타격 유인이 있고, 이란에는 고유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를 유도할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와 확전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이라며 4분기에 호르무즈해협 재개통 합의와 교착·저강도 교전, 석유 인프라 타격을 동반한 확전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상상인증권은 4분기 유가가 고점을 형성한 뒤 내년에는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했다. 최 연구원은 “연내 원유 공급 정상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4분기 고점 이후 2027년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로 낮아지는 경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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