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의 섬, 제주도' 지도까지 나왔다…장기밀매설도 '일파만파'

입력 2026-09-05 09:35  

근거 없는 괴담, 제주관광 불안 요인 "강력히 법적 대응해야"
실종의 섬, 제주도' 게시물. 사진=SNS 캡처
제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이 뒤따르며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뒤섞여 확산하면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는 공포를 키우고 관광업계와 자영업자 등 제주도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근거 없는 괴소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괴소문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 것은 지난 5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 장모 씨 사건이다. 담당 경찰관이 장씨의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장씨는 실종 100일여 만인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장씨를 포함해 앞서 실종 신고된 4명이 제주시 한림읍과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에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들의 발견 장소와 시점을 표시한 이른바 '제주 실종 지도'가 빠르게 퍼졌다.

일부 유튜브와 SNS에서는 '제주에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거나 특정 국가와 경찰이 유착돼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나왔다. 한국인 감금 범죄가 발생한 캄보디아에 제주를 상징하는 귤을 합친 '귤보디아'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숨진 채 발견된 4명의 사건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기밀매 조직이 개입했다거나 특정 국가 또는 외국인 범죄와 관련됐다는 주장 역시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제주에서 강력사건이나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뒤 근거 없는 괴소문이 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7월 혼자 제주 올레길을 걷던 40대 여성 관광객이 살해된 뒤에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9명이 제주에서 여성 2명을 납치했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확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여중생이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된 사실무근의 소문으로 확인됐다.

2018년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는 '제주 연쇄 실종'이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했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온 뒤 한 달간 여성 변사체 6구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사례는 중복되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변사사건에서도 타살 혐의는 없었다.

2019년 고유정 전남편 살인사건 때도 사건과 관련한 각종 유언비어가 확산하면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렌터카 업체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처럼 개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불안이 근거 없는 정보와 결합해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은 10여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데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실제처럼 보이는 허위정보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 사실 여부를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는 이 같은 괴소문이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최근 사건 이후 밤에 '돌아다니기 불안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는 관련 사건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제주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역시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정보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제주 전체가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개별 사건이 관광객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관광 현장의 안전체계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제 안전망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공지능 기반 폐쇄회로(CC)TV 전환율을 2030년까지 75%로 높이고 영상 보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혼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을 위한 '안심여행기구' 개설도 추진한다.

올레길과 해안가, 오름 등 인적이 드문 곳의 순찰을 확대하고 관광객 밀집 지역의 어두운 구간에는 가로등과 조명을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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