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를 이어온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걸자, 배터리 기업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겁니다.
중국산과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ESS 시장 확대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산업부 최민정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중국 ESS 배터리 가격이 실제로 오르고 있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가격을 낮추는 데 혈안이었던 중국 ESS 업계가 이제는 반대로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ESS 기업인 선그로우는 오는 20일부터 ESS 제품 가격을 5~15% 인상한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가격 인상입니다.
선그로우뿐 아니라 지난 7월 이후 EVE에너지 등 10곳이 넘는 중국 ESS 기업들이 가격을 올렸습니다.
LFP ESS 셀 가격(314Ah 기준)도 지난해 말 와트시당 0.31위안 수준에서 이번 달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0.4위안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내세운 인상의 이유는 구리와 알루미늄 등 원재료와 부품 가격 상승인데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이 저가 경쟁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가격 인상이 중국 ESS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는 신호라고 보는 건데요.
인터뷰 듣고 오시죠.
[박광진 / 가천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그간 우후죽순 늘어난 현지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보조금 정책 여파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조정 국면으로 풀이됩니다. 본격적인 '제값 받기'에 나선 겁니다.]
<앵커>
중국 업체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증설 제한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겠죠?
<기자>
중국 정부가 직접 배터리 공급 과잉과 지나친 저가 경쟁을 줄이기 위해 나선 건데요.
올해 5월부터 중국 내 신규 ESS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 건설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습니다.
올해 말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평가한 뒤 신규 프로젝트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만큼 공급 과잉이 심각했기 때문인데요.
실제 7월까지 중국에서 추진된 신규 배터리 프로젝트만 약 100개에 달했습니다.
쉽게 말해, 지난해 중국의 연간 배터리 생산량보다 50% 큰 규모가 불과 7개월 만에 새로 추진된 겁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배터리를 수출할 때 돌려주던 부가가치세 환급률도 기존 9%에서 6%로 낮췄습니다.
내년부터는 이 환급 제도 자체가 폐지될 예정입니다.
<앵커>
중국 배터리가 글로벌 ESS 시장을 장악했던 무기가 낮은 가격이었는데요.
가격 격차가 줄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주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중국 배터리사들이 가격을 올릴수록 국내 기업들의 가격 부담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ESS용 LFP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격 격차 축소 효과를 먼저 볼 것으로 보이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이어 올해부터 유럽에서도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말까지 전 세계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SDI 역시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 더해 LFP 기반 ESS 제품을 준비하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고요.
SK온도 전기차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중국산과 가격 차이가 줄면서 ESS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ESS는 한번 설치하면 10년 이상 사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 관리 기술이 중요한데요.
국내 배터리사들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에서 축적한 배터리 관리와 안전 기술을 ESS 제품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내 현지 생산과 공급망까지 갖추고 있어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겁니다.
가격 격차가 줄어들수록 기술력을 앞세운 K-배터리가 ESS 시장 점유율을 올릴 기회도 커질 전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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