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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결국 인플레 ‘마사지’…채권 발작 과하다는 ‘매파’ 카플란 [딥씨]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9-27 18:25   수정 2026-09-27 18:27

미, 결국 인플레 ‘마사지’…채권 발작 과하다는 ‘매파’ 카플란 [딥씨]

주식시장 활황에 물가 산정 방식 손질 톰리 “최대 0.4% 포인트 더 내린다”


요즘 미국 주유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휘발유가 아니라 경유 가격입니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집계한 미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달러(9월 22일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리터(L)로 환산하면 대략 2,327원(달러당 1,355원 기준) 수준이니 한국 내 디젤 유통 가격인 리터당 1,880원선보다도 높습니다. 미국 내 경제를 떠받치는 농기계와 기차, 트럭 물류 비용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숫자죠.

그런데 이번 달에는 이런 에너지 가격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의료비, 주식시장 활황으로 발생한 자산관리 수수료입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연례 국민계정 개정에 맞춰 자산관리 수수료의 물가 산정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한 날이 이달 30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이번 물가지수 산출 방식 변경만으로 인플레이션 지표가 많게는 0.4% 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적 전망들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물가지수 산정방식 변경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지난주 투매로 인해 10년물 채권금리가 연 5.2%를 넘어서는 등 불안정해진 시장 흐름을 어떻게 달라질까요?

전 세계 매크로 이슈를 깊이 따져보는 [딥씨], 오늘은 미 경제분석국이 집계 방식까지 바꾼 뒤, 통화 정책을 가늠할 남은 변수들은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 주가 활황이 되레 역풍?…PCE 물가 대대적 개편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이후로 좀처럼 시장과 소통을 꺼리는 편이지만, 이 지표만큼은 외면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바로 연준이 가장 믿는 물가 지표, 매달 마지막 주에 나오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입니다.

PCE 물가지수는 그보다 앞서 나온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항목에 각각 가중치를 매겨 조합한 숫자입니다. 그렇다보니 매달 중순, PPI가 나오자마자 월가 기관의 컨센서스가 나오고, 발표치도 좀처럼 이 기준을 벗어나는 일이 없는 예측 정확도가 꽤 높은 지표 중 하나죠.

그런데 요즘 이 PCE 물가 지표가 독특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RBC 증권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근원 PCE 물가지수가 한 달도 빠짐없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속 웃돌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이후 근원 CPI 지수와 근원PCE 지수의 최근 3개월 연율 추이. PCE 지수의 단기 물가 압력이 CPI보다 높다 (출처 : 소시에떼제네랄 리서치)

본래 근원 CPI는 지난 20년간 PCE 물가보다 약 0.3%포인트 높았습니다. CPI가 주거비와 유가를 PCE 보다 더 크게 반영하고, 장바구니 구성도 1년에 한 번만 바꾸다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죠.

기본적으로 CPI는 도시 가구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쓴 돈만 따져 발표합니다. 외식에 돈은 얼마를 더 썼는지, 기름은 얼마나 넣었는지, 옷을 사거나 새차, 중고차 구입에 얼마를 더 썼는지를 따집니다.

반면 PCE는 주거비와 에너지 비중을 덜 반영합니다. 딱 절반 정도만요. 대신 회사가 내준 건강보험료나 메디케어처럼 가계를 위해 쓰인 돈까지 따져 산정합니다. 의료비도 환자가 쓴 돈이 아니라 병원이나 의사들이 받은 수익을 기준으로 반영하죠.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경제상황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지표에서 왜곡이 발생합니다. 미 경제분석국(BEA)는 수년간 이어진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불어난 자산관리 서비스가 물가 상승의 착시 대표적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달 30일부터 국민계정을 전면 개정해 왜곡을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미 소비지출 항목별 현황. 금융 서비스와 보험 항목 증가율이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자료 : 미 경제분석국, 2026년 7월 기준)

가령 펀드 운용사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면, 그중에서 업무량이 늘어난 몫을 떼어 따로 계산하는 겁니다. 펀드 약정을 일일이 셀 수는 없으니 업무량은 고용통계로 역산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만일 업무량이 그대로인데 수수료가 늘었다면 물가가 실제로 오른 셈이고, 업무량도 함께 증가했다면 물가는 뛰지 않았다고 보는 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 기준으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PCE는 전년대비 3.7%, 근원 PCE 컨센서스는 전년대비 3.3% 수준입니다.

반면 월가는 계산법 변경만으로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소시에떼제네랄(SG)은 8월 CPI와 PPI 흐름을 볼 때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약 0.25%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견조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물가 산정 방식의 대대적인 개편이 연례 벤치마크 수정과 맞물리면서 “이번 PCE 지표에는 평소보다 훨씬 큰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경계하고 있죠.

펀드스트랫의 톰 리 리서치 총괄은 보고서에서 “연준의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제시한 3.4% 대비 20bp~40bp(1bp=0.01%p) 하향 조정을 예상한다”며” FOMC에서 연준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톰 리는 이어 “앞으로 점진적으로 비둘기파적인 지표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몇 주간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매파 기조를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4번 인상 반영한 금리 선물 시장…카플란 전 총재 “시장 반응 과도”

일각에서 분명 낙관적 시각도 제시하지만, 시장은 아직 그 반대편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서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움직임을 확률로 제시한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10월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25bp 인상할 확률은 지난주 57.5%에서 이번주 64.2%로 상승했습니다.

지난주 23일 S&P글로벌 9월 종합 PMI는 58.4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 연율 5% 성장을 시사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시장을 더 압박하기도 했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후 연 5.225% 수준, 30년물은 2004년 이후 최고인 연 5.501%를 넘어서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전 댈러스 연은 총재인 로버트 카플란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자사 팟캐스트를 통해 “시장이 현재 가능한 수준 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연준 재임 시기 대표적 매파로 불렸던 카플란 부회장은 9월 금리 인상을 옹호한 뒤 10월은 건너뛰고 12월 한 번 더 올리자고 말합니다. 그는 “12월에 한 번 더 인상하면 연 4.0~4.25% 정도로 중립금리 근처에 있게 된다”면서 “약간 긴축을 더 한다면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지만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선을 긋고 있죠.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은 총재 (출처 : 골드만삭스)
그는 시장이 높은 금리를 반영하는 것에 대해 “시장이 워시, 즉 연준의 반응 조건을 알지 못해서 쿠션을 깔아둔 것일 수도 있고, 이란 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높은 유가가 오래 유지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의 합의 기대로 배럴당 100달러를 잠시 하회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제시한 ‘7일 계획’ 즉 호르무즈 해협의 임시 개방 조건을 거부했다고 밝혀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과 이란 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도 잦아들지 않으면서 디젤 공급 충격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죠.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300억 달러 상당의 상호 관세 면제와 중국측이 판다를 임대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시장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등 지정학 갈등 국면은 더 장기화하는 양상입니다.



지난주 짧은 안도와 이후 이어진 채권 투매 충격에 대해 월가의 시각도 엇갈립니다.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콰리엘로 글로벌 헤지펀드 커버리지 헤드는 가장 임박한 위험이 채권 시장이라면서도 금리 선물 시장이 반영한 4번 이하의 금리인상이라면 시장에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반면 MUFG의 데릭 핼퍼니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위험 구간에 진입해 있으며, 채권 시장의 충격이 다른 자산으로 번지기 직전일 수 있다”는 경계섞인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남은 한 달간 시장이 주목할 힌트는 돌고 돌아 미 경제 지표와 이에 대한 연준의 움직임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와 관련 카플런 총재는 워시 의장의 속내를 읽기는 어려워도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는 통화 정책에 대한 논쟁이 투명하게 담겨 있다고 조언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를 시작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투표권을 가진 연준 인사들이 줄줄이 입을 엽니다.

우리 시각 30일 밤 9시 30분, 새 산식이 반영된 8월 PCE 물가지수가 나옵니다. 이어질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서는 수정힌 통계가 추가 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겠죠.

카플란 전 총재의 말처럼 시장이 ‘정말’ 너무 많은 인상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시험대에 오릅니다. 주유소의 가격표는 천정 부지인데, 이를 덮을정도로 낮아진 새 물가지표가 나온다면 정말 연준의 발걸음을 늦출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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