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시의 한 주택가 어린이공원에서 심야에 벌어진 외국인 집단 난투극은 평택항 인근 '고려인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무리 간의 알력 다툼이었던 것으로 경찰이 잠정 파악했다.
5일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사건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적자 무리 사이의 시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달아난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
당초 목격자는 "40여 명이 뒤엉켜 싸웠다"고 주장했지만 주변 CCTV 등을 분석한 실제 범행 가담자가 15명 안팎인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사건이 발생한 포승읍 도곡리 일대는 평택항과 가까워 외국인 근로자와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이른바 '고려인 마을'이 형성된 지역이다.
경찰은 이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두 무리 사이의 갈등이 충돌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출동 기록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1시 10분께 "차량 여러 대가 모여 패싸움을 할 것 같다"는 한 주민의 첫 신고가 접수돼 순찰차가 출동했으나, 경찰이 도착했을 땐 이미 이들이 흩어진 상태였다.
약 30분 뒤인 오후 11시 41분께 "외국인들이 모여 있다. 빨리 와달라"는 다급한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된 직후 전화가 끊어졌다. 경찰은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해 출동 최고 단계인 '코드 제로(Code 0)'를 발령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신고 접수 1분여 뒤 약 2.5㎞ 떨어진 파출소의 순찰차가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이후 인근 파출소 순찰차와 평택경찰서 강력팀 소속 형사기동대 등이 투입됐다. 현장에서 달아나던 20대 남성 2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된 2명은 러시아 및 키르기스스탄 국적으로 유학 비자 등을 통해 입국했으며 불법체류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골절 등 상처를 입어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병원 치료를 받도록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장에서 달아난 나머지 용의자들의 국적, 체류 자격, 정확한 신원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온라인 등에서 쇠못이 박힌 흉기가 사용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경찰 조사 결과 현장에 남겨진 물건은 주변에서 주운 일반 각목과 야구 방망이로 확인됐다. 별도의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도주 차량 번호판과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용의자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휴대전화 기지국 추적이 어려운 해외 메신저 앱과 와이파이를 이용해 연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도주 차량도 '대포차'일 가능성이 있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 2명과 참고인 2명은 모두 "길을 걷다 일방적으로 맞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체계를 갖춘 조직폭력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역 내 외국인 무리 사이의 갈등이 집단 충돌로 확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로의 관계와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차량을 누가 마련했는지, 반복적으로 함께 활동해 왔는지 등을 확인해 조직적 범행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경찰은 일괄 검거보다 용의자들의 개별 신원을 특정한 뒤 순차적으로 검거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주변의 특별 순찰도 강화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