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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6년, 현대차그룹 글로벌 3위로…이젠 '피지컬 AI' 승부

장슬기 기자

입력 2026-10-11 12:57  

정의선의 6년, 현대차그룹 글로벌 3위로…이젠 '피지컬 AI' 승부

정의선 회장, 14일 취임 6주년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 300조 돌파 미래 산업 전환 본격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지난 6년간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 기업으로 끌어올린 정 회장은 이제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와 수익성, 브랜드 경쟁력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727만대를 판매하며 2022년 이후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도요타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2위에 올랐다. 올해 2분기에도 현대차·기아는 합산 매출 82조2,523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차량과 친환경차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꾼 것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176만대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6만3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기아 역시 31만6천대로 47% 늘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도 눈에 띈다. 정 회장이 출범부터 주도한 제네시스는 올해 1월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에서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만9,088대를 판매해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브랜드 가치도 크게 높아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브랜드 가치는 246억 달러로 2019년보다 약 75% 증가했고,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30위에 올랐다. 기아 역시 브랜드 리론칭 이후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난해 역대 최고인 85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기록했다.

● 완성차 넘어 로봇·AI로

정 회장이 취임 6주년을 맞아 새롭게 제시한 성장 방향은 '피지컬 AI'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제조 역량과 로봇, 자율주행,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고, 2021년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2022년 이후에는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확대해 왔다.

올해 1월 CES 2026에서는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고, 7월에는 이를 AI 팩토리와 도시 단위의 통합 지능화로 확장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9월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실제 자동차 제조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한다. 로봇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웨이모와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 구글 딥마인드와 미래 휴머노이드 개발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미래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5조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북 새만금에는 9조원을 투입해 로봇과 AI, 수소 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산업 거점을 조성하고, 영남권에는 향후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과 AI 기반 제조 혁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26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정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HMGMA에 이어 철강 생산 기반까지 확보해 미국 현지에서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 제네시스·수소로 성장축 확대

정 회장은 기존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제네시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대회가 포함된 FIA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에 데뷔했다. 정 회장은 직접 르망 현장을 찾아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동화 SUV 'GV90' 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도 참석했다. 제네시스는 유럽과 인도, 아세안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2030년까지 세계 40여개국에서 연간 35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수소 사업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 브랜드 'HTWO'를 중심으로 생산과 충전, 활용을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섰으며, 올해 국내 첫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인 'HTWO ENERGY 청주'를 준공했다.

정 회장은 미래 산업 전환에 맞춘 조직문화 혁신도 추진해 왔다.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 등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올해는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며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업무 환경 구축에 나섰다.

다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래 기술 투자와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산업 전환기에 걸맞은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10년 만에 전면 파업에 나선 만큼 AI와 로봇 도입 등 생산 방식의 변화 과정에서 노사 협력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무엇보다 피지컬 AI 사업의 상용화와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막대한 투자가 실제 제조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사업 매출로 이어져야 미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3위와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연 정 회장의 지난 6년이 현대차그룹의 외형과 내실을 키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동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과 AI까지 아우르는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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