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이유를 묻고 본질을 탐구하는 태도가 없었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찬란한 문명을 이룰 수 있었을까?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질문 본능이 위협받고 있다.
인간이 AI에게 질문을 던지기만 하고 스스로 탐구하는 것을 게을리한다면 탐구 본눙이 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스스로 탐구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하여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발견함으로써 지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도 그렇다.
‘사고의 외주화’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AI의 편리함을 외면할 용기는 없다.
글쓰기의 고통을, 발표 자료를 만드는 수고를, 홍보물 제작에 드는 비용을 덜어주는 이 신기한 물건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 기본 스팩이 되고 있다.
마치 20년 전쯤 상용화하기 시작한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이제는 자동차의 기본 옵션이 되고 스마트폰의 기본 앱이 된 것처럼. 내비게이션의 편리함을 향유하기 위해서 길 찾기 능력이나 공간 지각 능력의 감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AI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는 사고 능력의 감퇴는 어떤까?
이것은 내비게이션에 내준 길 찾기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스스로 탐구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통하여 발달시켜 온 통찰력을 AI 시대에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는 10월 26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18개 도시에 있는 18개 대학에서 ‘AI 시대, 질문하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제21회 인문주간 행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AI 프로그램에 묻지 않고 인문학자와 일반 참여자가 직접 탐구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AI가 인류의 삶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AI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현시점에 인문학이 던지는 질문을 통하여 AI 시대에 대처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창우 프로필
강창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뮌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인문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경제TV 김종규 기자
j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