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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입찰 못 한다"...1조9000억 K방산 사업 초비상

배창학 기자

입력 2026-10-21 17:42  

방사청, LIG 2년간 입찰 제한 뇌물 공여·원가 부정에 최고 제재 집행 정지 등 법적 공방 불가피 한화에어로, 사상자 발생 처벌 촉각
(제작=생성형 AI)
방위사업청이 뇌물 공여와 원가 부정 혐의를 받는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최고 수위의 제재를 내리면서 연내 계약 체결이 예상됐던 약 1조 9천억 원 규모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개청 이래 최대 비리...2년 철퇴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진행된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일동 차장을 위원장으로 방위사업 계약 심의 위원회를 개최하고 LIG D&A의 입찰 참가 자격을 24개월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열렸고 심의 결과를 회사 측에 통보했다.

이번 처분이 국가계약법상 부정당 업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처벌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액수와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 개발과 양산 비용을 허위로 부풀린 원가 부정 등으로 방위사업 전반에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방사청 소속 사무관이
LIG D&A와 관련 하청업체 임직원 등으로부터 총 4억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당 공무원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915억 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에서 LIG D&A에 유리하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은 업체들과의 허위 용역 계약을 맺고 차명 계좌를 통해 지급된 것으로 보여진다.

방사청은 이번 심의에서 뇌물과 별도로 원가 부정 행위도 검토했다. 두 건은 각각 독립적인 제재 사유로 여겨졌는데 뇌물 제공은 2년, 원가 부정은 6개월의 입찰 제한 대상으로 더 긴 기간으로 정해졌다.

당초
입찰 제한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국내 핵심 유도 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기업들이 입찰 권한을 상실하면 전력화 일정이 밀리는 등 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용철 방사청장도 지난 8월 기자 간담회 당시 두 곳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면 방위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불가피하게 해외 구매를 해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라고 예외를 두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용철 청장이 이번 사건이 청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만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실제로 과징금 대신 입찰 제한으로 결론이 나왔고 심의 위원장이었던 김일동 방사청 차장도 앞으로도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LIG, 뇌물액 줄이기 총력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판교하우스. (사진=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LIG D&A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기소만을 근거로 제재를 한 데 유감을 표하고 집행 정지 신청 등 후속 조치를 하는 중이다.

이에 실제로 2년 동안 국내에서 새로운 일감이 끊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LIG D&A가 법원에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인용되면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 반면 기각되면 처분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입찰 제한 효력 발생은 오는 29일부터로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가 관건이다.

이후 본안 소송에서는 방사청 처분의 적법성과 제재 수위 등을 다투게 된다. 검찰이 본 뇌물 액수와 법적 책임, 부정 행위의 인정 범위 등이 쟁점이다. 다만 형사 재판에서 일부 혐의나 금액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해서 입찰 제한 기간이 자동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국가계약법상 뇌물액이 2억 원 이상이면 2년, 1억 원 이상부터 2억 원 미만이면 1년, 1천만 원에서 1억 원 미만이면 6개월 제한이 기준이다. 하지만 뇌물과 별개로 원가 부정도 엮인 만큼 행정 처분의 효력과 수위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LIG D&A의 국내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공방전의 결과가 향후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중동 국가들에 천궁-Ⅱ를 수출하며 해외 매출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80%가 내수로 채워졌다.

방사청은 행정 처분에 대한 불복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오리무중 빠진 1.9조 장공공
KF-21 탑재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가상 이미지. (사진=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당장 관심이 쏠리는 사업은 국산 전투기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연구 개발 건이다. 전체 사업비가 약 1조 9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체계 연구 개발에 약 7,500억 원, 후속 양산에 약 1조 1,470억 원이 투입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사업은 KF-21의 장거리 공중전 수행력을 뒷받침하는 탄도탄 국산화를 목표한다.

LIG D&A는 최근 제안서 평가에서 유도탄 설계와 구성품 통합, 시험 평가 등을 총괄하는 체계 종합을 비롯해 탐색기 등 주요 분야에서 1순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추진 기관과 기체 구조, 탄두와 신관 등 일부 분야에서 앞선 평가를 받아 일감을 나눠 가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LIG D&A가 평가 1순위에 올랐지만 최종 계약을 아직 맺기 전이라는 점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9항은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 낙찰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계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악은 집행 정지 기각이나 처분 유지로 중단을 넘어 사업자를 재선정하는 것이다.

반면 LIG D&A가 지난해 12월 계약한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 연구 개발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 계약금 약 1조 5,590억 원으로 2034년 6월까지 연구 개발을 완료하는 건이다. 이미 계약한 건으로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과 달리 입찰 제한에서 자유롭다. 방사청도 관련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한국형 전자전기 본사업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며 선을 그었다.

▲떠는 한화에어로, 웃는 한화시스템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그룹)
LIG D&A의 입찰 제한 시 방산업계의 수주 경쟁도 새 판이 짜여지게 된다. 특히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구분해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6월 대전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별도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로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고용노동부는 이후 특별 감독에서 산업 안전 보건 관련 법령 위반 473건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18건은 사법 처리했으며 284건은 약 5억 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중대 재해 처벌법 관련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국가계약법에는 안전과 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동시에 2명 넘는 근로자가 사망하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국경제TV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관련 사건으로 기소되면 LIG D&A와 동일하게 계약 심의 위원회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시스템은 LIG D&A와 센서나 레이다 등 전자 장비 그리고 체계 통합 등 사업 영역이 겹쳐 경쟁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LIG D&A의 입찰 참여가 제한되면 한화시스템이 경쟁을 통해 수주하던 일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다만 두 회사는 협력 관계이기도 하고 무기 체계별 기술과 사업자 자격이 달라서 한화시스템이 LIG D&A의 사업을 그대로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

한편 방사청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체 비리를 감시해야 하는 기관이 오히려 연관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업체에 최고 제재를 때린 만큼 내부에서도 부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경위와 평가나 원가 검증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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