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쇄 방화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시민 영웅들의 활약상이 뒤늦게 전해져 감동을 안겼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한 신고자는 119에 전화를 걸어 "빨리 오세요, 지금 사람 구해야 해요"라고 애타고 부르짖으면서도 구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구조 요청 통화 도중에도 그는 "나와요, 나와요", "조심"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의 대피를 도왔다. 이어 "지금 안에 사람 갇혀 있어요"라며 거듭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불길과 연기에 아수라장이 된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달려간 시민들이 있었다.
신명빌딩 바로 옆 건물에서 2012년부터 족발집을 운영해 온 송인희(69)씨는 당시 30명 단체 손님 예약을 앞두고 바삐 일하고 있었다.
가게 밖으로 소방차가 지나는 것을 봤지만 그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듣고 놀란 그는 급히 가스 불을 끈 뒤 밖으로 달려나갔다. 신명빌딩 창문으로 두 사람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송씨는 곧장 큰길로 나가 소방대원들에게 "뒤편에 사람이 있다"고 알렸다.
송씨는 "저 사람들도 가정이 있을 텐데 어떡하나 싶었다"며 "그분들을 발견했을 때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저 두 사람은 내 몫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일하던 송씨의 아들도 나서 소방대원들의 사다리 설치를 도왔다.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진입해 두 사람은 구조됐다.
송씨는 "당연히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얼른 뛰어나가서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쳤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소방차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 길을 터준 시민들도 있었다.
신명빌딩 근처 피자 가게의 한 남성 직원은 경찰이 오기 도로가 혼잡해지자 교통정리에 나섰다.
인근에서 수프 가게를 운영하는 김누리(39)씨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 소방차가 지나가려 하니 길이 막혔는데, 피자 가게 직원분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로를 지나던 한 여성 라이더도 멈추고 내리더니 수신호를 하며 차량 흐름을 정리했다.
김씨는 "여성 라이더가 그 작은 몸으로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계셨던 게 정말 히어로(영웅)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커피라도 하나 드려야겠다 싶어 계속 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한 뒤 사라지셔서 아쉽다"며 "좋은 분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역삼동 연쇄 방화로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1명을 포함해 19명이 다쳤다. 빌딩 두 곳에서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A씨는 지난 22일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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