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흑자' 삼성SDI vs '적자' SK온
전기차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의 3분기 실적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성과에 따라 엇갈렸다.
삼성SDI는 ESS와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판매를 늘리며 흑자 폭을 키웠지만, SK온은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SDI는 29일 올해 3분기 매출 약 4조 7천억 원, 영업이익 약 4,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으며, 12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에도 ESS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높였다.
GM과의 합작공장을 단독 인수하는 과정에서 받은 일회성 정산금도 실적에 보탬이 됐다.
증권업계는 약 1,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정산금을 제외해도 삼성SDI가 2,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SK온은 3분기 매출 약 1조 5,300억 원, 영업손실 80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SK온은 지난 2분기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수익에 힘입어 8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일회성 이익이 빠진 영향이다.
이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 생산 보조금을 반영하고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 ESS 판매가 실적 갈랐다
두 회사의 실적을 가른 핵심은 전기차 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다.
삼성SDI는 ESS에 더해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비상 전원용 배터리 판매를 확대해 왔다.
ESS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라면, UPS(무정전전원장치)와 BBU(배터리백업장치)는 정전 등에도 전원 공급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순간적인 전력 중단에도 피해가 클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다.
실제 삼성SDI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ESS와 BBU 판매 확대를 수익성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SK온은 아직 ESS 사업의 매출 반영이 되지 않아, 전기차 시장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올해 네오볼타 파워와 9GWh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공급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경쟁사들이 ESS 판매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는 동안 SK온은 수주를 매출로 연결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북미 ESS 생산능력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잠정 영업이익 7,56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ESS 사업의 성과가 국내 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 격차를 나눈 것이다.
◆ ESS로 돈 벌고 미래 투자한다
앞으로는 늘어나는 ESS 수요를 실제 공급으로 연결할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ESS용으로 전환한 생산라인 두 곳도 차례로 가동할 계획이다.
ESS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도 추진한다.
조한제 삼성SDI 전략마케팅실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의 전고체 배터리 성능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고객 요구에 맞춘 성능 개선과 검증을 반복하면서 내년 양산을 위한 제품 사양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온은 추가 수주와 양산 준비를 통해 ESS 매출 기반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연말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생산 확대는 생산 보조금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액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SK온은 컨퍼런스콜에서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전기차 생산라인의 ESS 전환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연계한 배터리 공급 기회도 모색한다. SK텔레콤과 협업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ESS와 AI 데이터센터에서 새 수요를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빠르게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배터리업계의 실적 회복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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