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11월8일 뮌헨에 안개가 끼지 않았더라면

입력 2017-02-01 09:43  

1939년 11월8일 뮌헨에 안개가 끼지 않았더라면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겪었던 히틀러는 안개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다.

1939년 11월8일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대형 맥주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그날 밤 베를린으로 돌아가야 했던 히틀러는 자신이 애용하던 Ju-52라는 소형 수송기를 타려 했다. 그러나 그날 뮌헨에 짙은 안개가 낀다는 예보에 따라 기차를 타기로 했다.

열차 시간인 오후 9시30분에 맞춰 9시7분 연설을 끝낸 히틀러는 서둘러 맥주홀을 떠났다. 그리고 13분 후 맥주홀엔 원래 히틀러의 일정에 맞춰 미리 설치됐던 폭탄이 터졌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날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제3의공간 펴냄)는 이처럼 역사의 중요한 고비에 날씨, 기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례들을 소개한 책이다.

히틀러를 살렸던 안개는 5년 후에는 히틀러에게 큰 타격을 안기는 역할을 했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의 '마지막 대공세'로 불리는 벌지 전투가 벌어진 1944년 12월 당시 전투지였던 독일과 벨기에 국경 아르덴 지방에서는 19일부터 짙게 안개가 끼었다.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정도로 극심한 안개는 12월22일까지 이어졌다.

악천후는 23일 급반전했다. 시베리아 고기압대가 도달하면서 아침까지만 해도 450∼900m였던 가시거리가 오후에는 5km까지 길어졌다. 맑은 날씨가 4일간 이어지는 동안 연합군 전투기는 1만5천회 출격하면서 독일군에 폭격을 퍼부었다.

안개는 28일 다시 돌아왔고 이후 몇 주간 다시 계속됐다. 그러나 나흘간 독일군의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벌지 전투는 결국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악천후의 도움을 받은 나라도 있다.

1281년 쿠빌라이 칸의 원나라는 일본 원정을 계획했다. 그해 6∼8월 병사 12만5천여명이 4천400여척의 배에 나눠타고 일본을 공격했다.

일본이 압도적인 숫자의 몽골군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8월15일 쓰시마의 길거리 위로 작은 구름 덩어리 하나가 나타났다.

점점 커진 구름은 하늘을 뒤덮었고 그 후 이틀 밤낮에 걸쳐 태풍이 몰아쳤다. 태풍이 물러간 뒤 남은 몽골군의 배는 200여척 뿐이었다.

일본인들은 신들이 바람을 보내줬다고 믿고 전국 사원 곳곳에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이른바 신풍, 가미카제(神風)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물론 날씨와 기후는 역사를 좌지우지한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중대한 고비 때마다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요인이 되기도 하다.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저자 로날드 D. 게르슈테는 이런 점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미래에 끼칠 영향을 우려한다

그는 "지구상에는 이제 수많은 기후 대신 단 하나의 기후만 존재한다"면서 "우리는 지구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고 그 배는 손 놓고 앉아만 있기에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희진 옮김. 344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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