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칼끝 돌린 대통령측 변론…지지층 결집 '계산된 흔들기'

입력 2017-02-23 11:37  

헌재로 칼끝 돌린 대통령측 변론…지지층 결집 '계산된 흔들기'

재판부 압박 전략…공정성 시비로 심판 진행 지연 포석

최종변론일 연기 이끌어냈지만 '막말·선동 논란' 부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이 변론 상대방인 국회 소추위원단 대신 헌법재판소 재판부를 상대로 전면 공세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변론 초·중반에는 '파트너'인 국회 측 논리에 맞서 반박하는 형국이었지만 이제 변론 후반기에는 '작은 싸움'에서 이겨봐야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 '결정권'을 쥔 헌재 재판부를 흔들어 판세 대반전을 시도해 보겠다는 취지 아니냐는 분석이 헌재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헌재 심판 진행의 불공정성과 적법 절차 위반 등을 부각시켜 헌재 외부에선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헌재 내부를 향해선 재판관 가운데 '우호적인 표'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지나친 변론'이라는 평가가 많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편파적인 심판 진행을 주장하고, 강일원 주심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내는 등 각을 세운 것은 의도된 변론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리인단은 전날 김평우 변호사가 법정 공세를, 조원룡 변호사가 재판관 기피 신청을,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가 법리 관련 공방에 치중하는 형태로 '역할분담'을 한 모양새를 보였다.

판사, 변호사와 법학 교수를 거쳐 법조 경험이 풍부한 김 변호사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평소 성향대로 1시간30분이 넘는 '필리버스터식' 변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강 재판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국회 측 수석대리인 역할'을 한다거나, 국회와 짜고 편파적인 심판 진행을 한다는 식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변론 진술 과정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심판대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등의 돌출 행동도 나왔다.

또 다른 대리인 조원룡 변호사는 급기야 공정한 탄핵심판 결론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강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이 같은 대리인단의 모습은 박 대통령 지지세력의 결집을 유도해 헌재 안팎에서 재판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변호사로도 활동했던 김 변호사가 미국식 '법정 드라마'의 장면처럼 변론 내내 재판부를 등지고 서서 방청객을 향해 진술한 것도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 성격이 있다는 평가다.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공격해 재판부의 신속한 심판 진행을 다소라도 막아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미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만을 법리적으로 따져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만큼, 재판부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결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신 공정한 심판 진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헌재를 자극해 심리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계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헌재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면서도 최종변론일을 다소나마 늦춘 것도 대통령 측의 전략이 일부는 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측이 희망한 3월 2∼3일 안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기존 24일에서 27일로 사흘 연기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최종 선고 일정에는 영향이 없는 한도에서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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