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범죄는 끝나지 않았다…"조직원들 협박·회유 계속"

입력 2017-03-03 07:00   수정 2017-03-03 08:58

농아인 범죄는 끝나지 않았다…"조직원들 협박·회유 계속"

'행복팀' 불구속 팀장들 피해신고 방해…경찰 추정 100여명 중 11명만 신고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전국 규모의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재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구속되지 않은 일부 조직원들이 가짜 정보를 유포하며 피해자들을 협박하거나 회유, 사건의 은폐·축소를 시도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된 '행복팀' 팀장들은 구속된 총책 김모(44)씨 등 간부들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을 만나거나 문자를 넣어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간부들을 팀장들이 면회해 직접 지시를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부들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은 팀장들은 '재판 끝나고 투자금을 돌려주겠다', '2년만 기다리면 모두 석방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사업을 하나 진행 중인데 보안 때문에 서류는 못 보여주니 양해해달라'는 말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또 '사업이 잘되고 있었는데 경찰이 방해해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작년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공장·아파트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했다.

회유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해 신고를 하지 않거나 '경찰은 거짓말만 하는 집단'이라는 식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이 같은 '행복팀' 조직원들의 가짜 정보 유포로 인해 지난달 9일 경찰의 사건 발표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추가 피해 신고는 단 11건에 그쳤다.

추가 피해 규모가 적어도 100여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경찰 추정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행복팀'의 범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주요 피의자들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이 조직원들의 회유에 넘어가는 이유는 결핍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특유의 심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조직이 와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심리가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직이 무너지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체가 없는 거짓 정보라도 자신들의 투자금 보전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넘어가고 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농아인 사회는 폐쇄적이고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경향이 있다.

비장애인에 대한 다수 피해 농아인들의 감정은 '우리를 차별하거나 이용하려는 사기꾼'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행복팀'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세뇌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농아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비장애인들로부터 차별받거나 소외당한 경험 덕분이기도 하다.

이밖에 '행복팀' 조직원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 가짜 정보를 올려 피해자들을 겁박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최근 논란이 된 '가짜 뉴스' 형태의 정보가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범행의 한 수법으로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가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 농아인들 사이에서 얼굴을 크게 다친 농아인 사진 하나가 돌기 시작했다.

피해 농아인들은 '경찰에 신고할 경우 이렇게 될 것이라는 행복팀의 경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행복팀' 조직원들이 이 사진을 배포하며 '신고자 중 한 명으로 우리가 습격해서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너희도 조심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즉시 조사에 나섰으나 조직원들이 사진을 배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 대책위에서 우리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사진을 뿌린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간부들이 구속된 이후에도 남은 '행복팀' 조직원들이 물밑에서 움직이는 이유는 간부들의 형량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시도로 추정된다.

추가 피해자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 구속된 간부들의 형량도 이에 비례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직원들의 허위사실 유포 행태를 저지할 뾰족한 수단이 경찰에 없다는 것이다.

정황만 있는 상황에서 조직원들의 구속자 면회를 막을 수도 없고, 이들의 SNS 이용도 강제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경찰은 하소연했다.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 팀장급 조직원들의 구체적 범행 사실이 드러나면 구속하는 방식으로 추가 범행에 따른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복팀'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 추가 범행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간부들의 줄구속 이후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라 조만간 '행복팀' 전체가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2010년부터 6년간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약 28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같은 농아인으로 구성된 '행복팀' 총책 등 8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이들은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보장한다며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혐의를 받았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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