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운전석' 앉자마자 北ICBM…文대통령 '강경' 급선회(종합)

입력 2017-07-04 18:59  

남북관계 '운전석' 앉자마자 北ICBM…文대통령 '강경' 급선회(종합)

대화재개 美지지 확보에 공 들였던 文대통령 "깊은 실망" 표출

"北정권 무모함" "망상 버려라"…강한 어조로 '노기' 드러내

G20 정상외교에도 영향…"대화기조 유지" 방침에도 제재론 부상 전망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북한을 향해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대북 강경'으로 급선회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 본토 일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실제로 성공했다면 이는 기존 대북 대응의 수위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게임 체인저'라는 게 우리 정부의 엄중한 상황인식이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남북대화 재개의 이니셔티브를 얻어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고는 커다란 실망감과 함께 '노기'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날 낮 12시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행한 모두발언에 그대로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전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 실험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만에 감행된 것으로 한·미 양국을 직접 겨냥해 메시지를 주려는 도발행위로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장(場)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올바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압박하는 공동전선을 편 셈이다.

특히 미국은 ▲연합방위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조성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기까지했다.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이니셔티브'에 확실한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과 'ICBM 성공' 선언은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새로운 공동 접근 방안을 정면 거부하겠다는 메시지 자체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공식 방문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또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컨센서스를 형성한 한·미 양국으로서는 앞으로 한층 더 강도높은 대북 제재에 공동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무책임한 도발"이라며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위한 모든 노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혓다.

정 실장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등 관련국과 면밀한 분석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하면서도 "가장 고도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 확인하려면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며 "만일 사실로 확인된다면 대응의 강도와 수위는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게 된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의 ICBM 실험이라는 변수로 시작부터 덜컹 거리게 된 점이다.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 흐름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의 '대화 이니셔티브'가 탄력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선택을 촉구한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도발을 감행한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당장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과 가질 양자회담에서는 대북제재와 압박이 '메인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리는 한·미·일 정상만찬에서도 '제재 공조'의 강화 방안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은 "대통령 순방을 하루 앞둔 시점인 오늘 북한이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번에 만날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과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공동대응을 위한 공조 기반을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았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대응의 강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대화 기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고 제재국면이 공고해지는 흐름 속에서 새 정부가 대화를 거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당초 6일(독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남북관계 등을 주제로 한 '독트린' 수준의 연설을 계획했다가 수위를 낮추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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