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당 '신보수 혁신', 인적 쇄신없이 가능한가

입력 2017-08-02 17:23  

[연합시론] 한국당 '신보수 혁신', 인적 쇄신없이 가능한가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일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혁신선언문을 통해 "집권여당으로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했다"면서 계파정치와 권력유지라는 구태에 집착하다 야당으로 전락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신보수주의 가치의 깃발을 높인 든다"고 선언하고, 혁신의 방향으로 ▲ 긍정적 역사관 ▲ 대의제 민주주의 ▲ 서민중심경제 ▲ 글로벌 대한민국 등 4가지를 내세웠다. 혁신선언문은 또 "신보수주의 이념에 기초한 혁신을 통해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관료주의와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대대적인 인적혁신과 인재영입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당의 혁신선언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패배에 따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의 현실을 진단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또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표의 취임 한 달을 맞아 당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 대선과정에서 이탈한 보수표심의 재결집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한국당이 긍정적인 역사관을 첫 번째 기치로 내건 것은 보수정당의 의미와 존재가치를 제대로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보수주의(conservatism·保守主義)는 전통, 역사, 가족, 자유 등 보존할 만한 가치를 지키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전통적인 가치나 정책까지 급격히 허물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기득권을 무조건 지키려는 수구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건국 후 7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혁신의 첫 번째 키워드로 잡은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일 수 있다. 아울러 "모든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선언한 것도 공감할 만하다. 따지고 보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도 '권력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사하고 봉사한다'는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 원칙을 국정 최고 책임자가 무시하고 농단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세 번째 가치로 꼽은 서민중심경제는 보수의 가치와 거리가 멀고, 눈앞의 이익을 좇는 포퓰리즘으로 비치기도 한다. 헌법 전문과 총칙 등에 명시돼 있듯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적 시장경제를 가치로 삼는 나라다. 그런데 대표적 보수정당을 자처라는 한국당이 '서민중심경제'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유감이다. 서민중심경제는 홍준표 대표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담뱃세 인하 등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와는 다른 길이다. 혁신위원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사퇴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아울러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사태에 대해 솔직한 평가와 반성을 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당 혁신선언문에는 또 혁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이 없다. 혁신, 통합, 수권(授權)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겠다고 '어음'을 내보였을 뿐이다. 당의 혁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재(人材)를 영입해 키우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영국 보수당이 약관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 대표로 앞세워 당을 재건하고 정권을 탈환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그대로 둔 채 혁신을 하고, 집권을 꿈꾸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홍준표 대표가 휴가지에 서울대 박지향 교수의 '영국 보수당'이라는 책을 갖고 갔다고 한다. 홍 대표가 어떤 성찰을 갖고 돌아올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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