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美 보수 가톨릭 반목 심화

입력 2017-08-03 17:46  

바티칸-美 보수 가톨릭 반목 심화

트럼프 측근 배넌 '종말론' 지지자로 비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진보적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의 보수주의 가톨릭 지도부 간의 반목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자본주의 대국인 미국이란 토양 속에서 형성돼온 미국 가톨릭교회와 자본주의를 혐오해온 중남미 출신 교황 간의 불화가 교황 측근과 반대진영 사이에서 노골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전했다.

NYT는 로마교황청(바티칸) 언론매체 '라 치빌타 카톨리카' 7월호에 프란치스코 교황 측근 2명이 미국의 보수파 가톨릭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에세이를 게재하면서 양측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티칸 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난 표적으로 삼고 나섬으로써 트럼프에 대한 바티칸의 비판적 입장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보수파 백인 가톨릭계의 지지를 얻었다.





에세이 저자들은 배넌을 기후변화 반대와 무슬림을 겨냥한 반이민정책 및 장벽 건설 등 '종말론적인 지정학'의 지지자로 규정했다.

에세이는 보수적인 미국의 가톨릭교회가 미국 내에서 심화하는 정치적 양극화에 위험스럽게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나아가 성서의 문자적 해석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복음주의적 강경 가톨릭계의 세계관은 (이슬람) 지하디스트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경고했다.

에세이는 미국의 복음주의적, 초보수적인 가톨릭이 정치적 공간에 종교적 영향력을 주입하려는 이념적 기도로 로마가톨릭 신앙을 타락시킬 위험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에세이가 교황의 재가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나 바티칸의 승인을 받은 매체에 게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울러 교황으로부터 어떠한 사후 질책도 없었고 매체의 편집장이 거의 매일 같이 에세이를 추천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바티칸의 의도가 담긴 이 에세이는 미 가톨릭 내 진보-보수 진영 간 논쟁을 가열하고 있다.

진보계는 에세이를 통해 그동안 미 가톨릭교회가 새로운 가톨릭의 주류에게서 벗어나 있음이 확인됐다며 환영을 나타내고 있으나, 보수계는 미국 가톨릭의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한 편협한 발상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진보계인 마시모 파기올리 빌라노바대 신학교수는 이번 에세이가 가톨릭 교회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과 미국, 그리고 미국의 가톨릭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계는 에세이가 미국이 정치에서 차지해온 가톨릭의 깊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배넌이 운영했던 보수 매체 브레이트바트는 '교황 보좌관들이 편협한 글로 미국의 기독교도들을 매도했다'는 제하의 반론에서 "그들은 트럼프와 배넌을 공격하는 대신 미국 자체를 공격했다"고 공박했다. 배넌 본인은 짧은 이메일을 통해 교황 측근들이 자신을 '깨어나게' 했다고 반응했다.

보수계인 찰스 채펏 필라델피아 대주교는 에세이 저자들을 러시아 공산혁명을 지지했던 '유용한 바보들'에 비유하면서 종교적 자유와 다른 핵심 이슈들에 대한 가톨릭과 복음주의 간 협력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바티칸 내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채펏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을 거절한 바 있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등 보수적인 전임 교황들로부터 신임을 받아온 미 보수 가톨릭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교회 내 우파 블로그 등을 통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전임 교황들로부터 홀대를 받아온 진보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블레이스 쿠피치 같은 진보계 주교를 중용한 데 환영을 나타내고 있다.

총기 폭력과 공화당의 건강보험 안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여온 쿠피치는 2014년 보수계 거물인 프란시스 조지 추기경이 퇴임한 후 시카고 교구 책임자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추기경으로 올라섰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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