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승인" "방문없이 1천만원"…"대출 조장" vs "과잉 금지"

입력 2017-09-03 08:07  

"빠른 승인" "방문없이 1천만원"…"대출 조장" vs "과잉 금지"

TV·인터넷 등 대출광고 연간 수천억원…정치권·정부, 규제 강화

대부업에 저축은행·카드사도 추가될 듯…"기본권·알권리 제한"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한 네티즌은 최근 TV에서 ○○저축은행 대출광고를 보고 '빠른 승인'이라는 문구에 솔깃해져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

"방금 ○○저축은행 광고에서 무서류·무방문으로 쉽고 빠른 진행을 할 수 있다는데, 신청 당일에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자신은 카드론 1천만 원을 쓰다가 300만 원가량 남았으며,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져 한도 1천500만 원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이 글에 다른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 "광고만 따라서 대출받다 보면 어느새 고금리에 허덕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른바 '빚 권하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제2금융권의 대출광고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유명 연예인이나 깜찍한 캐릭터를 내세운 대출광고가 소비자를 유혹, 고금리 대출을 받도록 유도한다는 인식에서다.

대출광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2007년부터 대부업체는 지상파 방송 광고가 금지됐다.

2015년부터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에서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토요일·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방송 광고가 금지됐다.

문제는 케이블TV뿐 아니라 인터넷TV(IPTV)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매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또 저축은행, 카드사는 대부업체처럼 법으로 광고 시간을 제한받지 않는다. 방학이나 심야에 대출광고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개 대부업체의 지난해 1∼9월 광고비 집행은 방송 광고(지상파, 종편, 케이블)가 222억 원, IPTV와 인터넷 등이 193억 원이다.

대부업체와 달리 법으로 금지되지 않는 저축은행의 대출광고는 대중에게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6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1∼10월 지상파 43억 원, 케이블TV 282억 원, 라디오 5억 원 등 방송 광고로 330억 원을 썼다. IPTV, 인터넷, 기타 수단이 420억 원이다.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출광고는 "빠른 승인", "심사 없이 1천만 원" 등의 문구로 손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자 20대 국회 들어 대출광고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앞다퉈 발의됐다. 문구, 시간, 매체를 제한하는 것부터 전면 금지하는 것까지 각양각색이다.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은 최근 저축은행 대출이나 카드사 카드론 등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광고에 포함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대출광고 금지 시간대를 늘리는 법안을, 같은 당 변재일 의원은 광고 금지 매체에 IPTV와 OTT를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러시앤□□', '△△머니' 등의 대부업체 브랜드를 두고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한다"며 브랜드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냈다.

가장 강력한 규제 법안은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대부업체는 물론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대출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제 의원과 변 의원의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정부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대출광고 규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출광고 규제 법안은 논의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빚 권하는 폐습은 사라져야 한다"며 "소비자를 호도해 쉬운 대출을 조장하는 부당한 광고나 권유는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해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대출광고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방침이 섰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 의원이 발의한 것처럼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의 모든 대출광고를 전면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무위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광고 전면 금지는 광고주의 표현 자유와 영업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광고가 전면 금지되면 음성적인 마케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시간대별 규제를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담배는 방송 광고가 금지된다. 주류, 청소년 유해매체,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광고 시간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대출광고를 규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위헌 소지뿐 아니라 알 권리를 제한하고,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전면 금지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공급자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무런 내용 없이 그저 인형들이 나와서 춤추고 수박이 날아가는 이런 정보 전달 기능이 없는 이미지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중금리(10%대 안팎의 금리) 대출 확대와 대출광고 금지는 모순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 권유로 중금리 대출을 널리 알리는 광고를 제작했는데, 이제는 광고를 금지한다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일본은 법률상 필수 기재사항과 과장광고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매체 제한은 없고, 협회 자율 규제로 TV 광고 시간대 등을 제한했다.

미국은 '성실 대출법'에 따라 대부 광고에 신용 조건을 명시할 의무를 정했다. 매체에 따른 광고 제한은 없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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