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석탄 밀거래 실태 드러나…자동선박식별장치 끄고 북 입출항

입력 2018-01-19 07:12   수정 2018-01-19 07:24

북한석탄 밀거래 실태 드러나…자동선박식별장치 끄고 북 입출항
WSJ, 중국 반대로 안보리 블랙리스트서 빠진 6척 불법활동 보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에서 은밀하게 석탄을 선적한 뒤 베트남 등으로 운송해온 선박들의 구체적인 대북 밀거래 행위가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주로 중국인(홍콩 포함)이 소유하거나 운영해온 선박 6척의 대북 불법 거래 행태를 소개했다.
이들 선박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청했던 10척 가운데 중국의 반대로 제재대상에서 제외된 글로리 호프 1, 카이샹(Kai Xiang), 신성하이(Xin Sheng Hai), 위위안(Yu Yuan),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
WSJ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북한을 입출항하면서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잠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감시 눈길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AIS를 켜면 선박의 위치가 노출된다.
그러나 이들 선박은 미국 정보당국의 위성에 포착돼 꼬리가 잡혔다.
중국인이 소유한 글로리 호프 1호는 지난해 8월 5일 북한에 대한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직후 파나마 깃발을 달고 서해-대동강을 거쳐 북한 송림 항에 입항했다. 8월 7일 송림 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중국 쪽 해안으로 나왔다. 북한을 드나들면서 AIS를 껐다.
이어 같은 달 15일 중국 롄윈(連雲) 항에 접근하면서 AIS를 켠 뒤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주변 해역을 맴돌았다. 미 정보당국은 글로리 호프 1호가 마치 중국 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고 WSJ은 전했다.
롄윈항 주변 해역에서 1주일 이상을 배회하던 글로리 호프 1호는 베트남 깜빠(Cam Hpa)항으로 이동, 북한에서 실었던 석탄을 하역했다. 베트남 항으로 진입하면서 다시 AIS를 껐다.
역시 중국인 소유의 카이샹호는 지난해 8월 31일 AIS를 끈 채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었다. 이틀 뒤 홍콩을 거친 뒤 베트남 깜빠항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중국 등록 선박인 신성하이호는 지난해 8월 10일 중국에서 출발한 뒤 한반도 해역을 거쳐 같은 달 18~1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주변에 진입,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인근을 배회했다. 이때는 AIS를 켠 상태였다. 러시아산 석탄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위치를 일부러 노출 시킨 것이다.
신성하이호는 이틀 뒤 AIS를 끈 뒤 북한으로 향했고 같은 달 31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어 9월 말 베트남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위위안호는 8월 12일 북한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부의 항구도시 나홋카 주변 해역으로 이동, 엿새간을 배회하다 같은 해 9월 5일 사할린 홈스크에 석탄을 내렸다.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여수항을 출발한 뒤인 10월 19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인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ship to ship) 방식으로 이전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한국 정부는 다음 달인 11월 여수항에 다시 입항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를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억류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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